트럼프, '불법체류자 단속' 악명높은 경찰간부 첫 사면
샬러츠빌 사태로 촉발된 인종갈등 파문 기름 부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무리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악명 높은 조 아파이오(85) 전 마리코파 카운티 경찰국장에 대한 사면을 전격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사면이 단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파이오 전 경찰국장이 '인종 프로파일링' 기법을 동원, 히스패닉계 불법체류자들을 다수 체포·구금함으로써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려온 '문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최근 샬러츠빌 유혈사태로 심화된 미국내 인종갈등의 파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비평가들은 이번 사면이 지난 24년간 피닉스의 법 집행 책임자로서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해 과도하게 행동해온 인사가 받아야 할 응분한 처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아파오 전 경찰국장은 재임 기간 범죄와 불법 이민에 철퇴를 내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그가 사면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파이오 전 경찰국장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불법체류 이민자를 구금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연방지방법원의 명령에 불응, 자의적으로 이민법을 해석해 지속적으로 불법체류자를 구금하도록 관할 경찰에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번 사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애리조나주(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아파이오 전 국장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시사한 지 3일 만에 현실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조는 직무상 문제로 기소된 게 아니라 히스패닉계를 차별하지 말라는 법원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라며 "예상컨대 그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면조치는 아파이오 전 국장이 미국 사회내 분열의 씨앗을 뿌렸다고 믿는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들은 아파이오 전 국장이 단속 중 수백명을 체포, 이민자 가정을 산산조각나게 하고 40도에 가까운 무더위에 재소자들을 야외천막에 수감하는가 하면 속옷 차림으로 발가벗기는 등의 행위를 해왔다는 점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면이 아파이오 전 국장의 오랜 악행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마지막 기회를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면은 또한 그동안 애리조나 경찰이 엄격한 이민정책을 펴면서 들먹거렸던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정신에도 정면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아파이오 전 국장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몇 차례 유세에도 직접 참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유세 중 그의 이민정책과 그가 써온 수사기법을 추켜세우며 그의 이름을 몇 차례 언급했다.
이번 사면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7개월 후 이뤄진 것이다. 가장 최근에 취임 첫해에 사면이 단행된 전례는 조지 H.W.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로, 그 당시에도 취임 7개월 후 첫 사면 조치가 취해졌다.
반면 대통령 사면권에 관한 책을 썼던 제프리 크라우치 아메리칸대학 정치학과 교수에 따르면 빌 클린턴의 경우 취임 후 1년 10개월,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각각 첫 사면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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