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플로 "넉살, 우승할 만한 래퍼…후회 없이 즐겼다"

입력 2017-08-26 11:34
수정 2017-08-26 14:14
주노플로 "넉살, 우승할 만한 래퍼…후회 없이 즐겼다"

엠넷 '쇼미더머니 6' 세미 파이널까지 진출…"디스 배틀, 가장 힘든 무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반드시 우승해야겠다고 큰 욕심을 내고 나간 것은 아니었어요. 지난 시즌에서 아쉬웠고 제 실력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 한국계 래퍼 주노플로(본명 박준호·25)는 엠넷 '쇼미더머니' 재수생이었다. 지난해 시즌5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시즌6에서는 우승 후보로 꼽히며 세미 파이널 무대인 '톱 6'까지 진출해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세미 파이널에서 아쉽게도 역시 우승 후보로 꼽힌 래퍼 넉살에게 패해 '톱 3'가 대결하는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유연한 랩과 자연스러운 제스처, 훈훈한 외모로 힙합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도끼가 프로듀싱한 웨스트코스트 스타일 힙합 '비틀어'를 선보였다. '힙합 대세'로 꼽히는 래퍼 김효은·창모의 피처링으로 무대를 꾸미며 '가장 힙합적인 무대'란 평을 들었지만, 인생사를 이야기한 넉살에 발목이 잡혔다.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그는 "한 번 더 나가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시즌6에 재도전한 이유를 밝히며 "마지막 무대를 후회 없이 즐겼다"고 강조했다.

주노플로는 본명 준호에 힙합의 요소인 '플로우'(흐름)를 합한 예명이다. 다음은 주노플로와의 일문일답.



-- 마지막 관문인 파이널 진출에 실패해 아쉬움이 있을 텐데.

▲ 넉살 형과 조금 일찍 붙었다고 생각했다. 하하. 자신 있게 힙합적인 트랙을 보여주려 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한 넉살 형의 트랙이 더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내 무대에 만족하기에 후회는 없다.

-- 시즌 6에선 실력자들이 많이 출연했다. 가장 긴장감을 준 래퍼는 누구인가.

▲ 초반에는 페노메코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탈락했다. 이후 넉살 형과 우원재가 실력자라고 여겨졌다. 넉살 형은 너무 유명한 래퍼로 실력도 좋고 방송도 잘해 우승할 수 있는 래퍼라고 생각했다. 2차 때부터는 우원재가 보여준 랩에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도 랩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을 했다.



-- 가장 힘들었던 무대는.

▲ 팀으로 하는 디스(Diss·랩으로 상대를 비꼬거나 비판하는 것) 배틀이었다. 박재범&도끼 프로듀서 팀인 나와 우디고 차일드, 지코&딘 팀인 해쉬스완·킬라그램과 대결했을 때다. 상대 팀의 두 래퍼 모두 잘 알고, 체질적으로 디스가 나와 안 맞는 데다가, 서툰 한국어로 하니 세게, 재미있게 하기 어려웠다. 해쉬스완과는 시즌5에서 일대일로 붙은 적이 있고 킬라그램은 미국에서 고교 동창이다. 킬라그램에게 '죽이는 무게 뛰어야 돼/ 네 친구니까 말한다 건강 챙겨야 해'란 랩을 했는데, 디스 같이 안 들릴 수 있지만 상대가 기분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내 가사에 공감하게 하고 싶었다.

-- 타이거JK의 기획사 필굿뮤직 소속이면서 타이거JK&비지 팀이 아닌 박재범&도끼 팀을 선택한 이유는.

▲ 평소 도끼, 박재범 형과 작업하고 싶었다. 시즌5 때 도끼형이 나를 로스앤젤레스 예선에서 뽑았고, 평소 일리네어레코즈(도끼 기획사)와 AOMG(박재범 기획사) 음악의 팬이었다. 형들과는 음악색과 마인드가 잘 맞고, 내가 아직 한국어로 표현하는 것이 힘든데 날 잘 이해하고 이끌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이거JK와 비지 형은 평소에도 의정부(필굿뮤직 사무실이 있고, 주노플로는 물론 소속 래퍼들이 이 지역에 산다)에서 보니 그 팀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하하하.



-- 시즌5를 끝낸 뒤 여러 기획사의 제안을 받았을 텐데, 필굿뮤직에 둥지를 튼 이유는.

▲ 시즌5를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가 한 달간 음악 작업을 했다. 한인타운의 클럽 공연 전 사운드 체크를 하러 갔는데 클럽 사장님이 타이거JK 형의 친한 친구였다. 그분이 형을 소개해줘 한 달가량 미국에서 같이 지냈다. 그런데 형은 비즈니스 얘긴 전혀 안 하고 만나면 음악과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음악을 작업하고 좋은 예술을 만들려면 함께 하는 사람과의 '케미스트리'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그랬다.

-- 힙합에 빠져든 계기는.

▲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좋아해서 많이 읽고 쓰기 시작했다. 처음 산 CD는 린킨파크였지만 고교 시절부터 올드스쿨 힙합을 좋아했다. 타이거JK 등 한국 힙합은 친구들의 추천으로 늦게 듣기 시작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음악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재즈 힙합 비트에 마이크 장비 하나 없이 랩을 해 사운드클라우드와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게 2010년인데, 아는 형이 장비가 있으니 제대로 녹음하고 싶으면 같이 하자고 해 그 형 덕에 더 곡을 만들어 2011년 믹스테이프를 냈다. 지금 들으면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그땐 만족했다. 그런데 이 믹스테이프가 재즈 힙합 수요가 있는 프랑스와 일본에서도 반응을 좀 얻었다. 트래픽이 늘면서 힙합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시즌6에서 보니 할아버지가 의사가 되길 바라셨다던데.

▲ UC샌디에이고의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뒤 의학대학원으로 진학하려 했는데 2년가량 공부하다 보니 나와 맞지 않았다. 음악을 하고 싶어 엔터테인먼트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고, 이후 과를 바꿔서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를 복수 전공해 2014년 졸업했다. 대학 시절 힙합 공연을 하는 프로모터 회사에서 사진작가로도 일했다. 스쿨보이 큐 등 샌디에이고에 오는 랩 스타들의 공연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연을 보며 도움이 많이 됐다.

-- 방송 도중 '금수저 설'도 나왔다.

▲ 금수저는 아니다. 대학 졸업 후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여성 의류 디자인 등 패션 관련 사업을 하는 부모님 회사에 들어가 일했다. 세일즈 팀에서 2년간 여성 분들에게 옷을 팔았다. 이 시기 집에서 나와 혼자 살면서 음악을 하려고 열심히 돈을 모았다. 일을 그만두려 할 즈음 시즌5의 오디션 공고를 봤다. 지금보다 한국어를 못해서 한 달간 한국어 공부만 한 기억이 난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앨범을 계속 작업 중이다. 당장 언제 나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활처럼 작업하고 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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