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대세론속 '포스트 총선' 연정은…'자메이카 연합'될까

입력 2017-08-25 23:33
獨 메르켈 대세론속 '포스트 총선' 연정은…'자메이카 연합'될까

기민·기사-자민-녹색 연합 가능성 대두 속 현실성 의견 분분

힘겨운 추격자 사민당도 자민-녹색과의 연정에 관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내달 24일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관심의 초점이 '포스트 총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추격자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당수가 판세를 뒤집을 만한 뚜렷한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의 승리를 전제로 새로운 연정 형태가 주목을 받는 것이다.

기민·기사 연합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을 15% 포인트 전후로 앞서고 있으나 지지율이 30%대 후반이어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기독·기사 연합에 사민당이 결합한 대연정의 형태가 총선 후에는 바뀔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시나리오는 기민·기사 연합에 친(親)기업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이 참여하는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이다. 각 당의 상징색인 검정과 녹색, 노랑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같은 데서 비유한 것이다.

독일 일간 빌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은 9%, 녹색당은 7%의 지지율로 10%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3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베를린 자유대학의 오스카 니더마이어 교수는 "정말 어려운 조합"이라며 "녹색당은 이러한 연정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녹색당 지지자들이 자민당이 참여하는 연정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그러나 양당이 녹색에너지세에 대한 견해차를 좁힌다면 '자메이카 연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독·기사 연합과 사민당 간의 대연정이 무난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양 측이 제1 정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다시 손잡기에는 너무 멀어졌다는 관측이다.

슐츠 당수는 연일 메르켈 총리를 상대로 날을 바짝 세우고 있고, 기민·기사 연합도 사민당에 반격하는 양상이다.

이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민당은 사실상 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

사민당 내부에서도 기민·기사 연합과 더 이상 대연정을 하게 되면 당이 결국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사민당은 2013년 총선에서 기민·기사 연합에 제1당을 내준 상황에서 당내 치열한 갑론을박 끝에 당원 투표를 통해 대연정에 참여했다.

사민당 역시 대역전에 성공해 제1당으로 부상할 경우 자민당 및 녹색당과의 연정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녹색당 및 좌파당과의 좌파 3당 간 '적적녹'(赤赤綠)이 대중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여론조사에서 좌파 3당 간의 짝짓기가 최악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메르켈 총리는 '포스트 총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릴레이 인터뷰를 하며 선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메르켈 총리는 지난 14일 주간지 슈퍼 일루와의 인터뷰에서 연정에 대한 질문에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게 우선이다. 선거 캠페인은 연정 선거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명백한 것은 좌파당 및 AfD와의 연정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메르켈 총리는 반(反)이민·유로화를 내세우는 극우정당인 AFD에 대해 철저히 무시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반응은 벌써 연정 형태가 이슈화될 경우, 승리를 확신한 지지자들의 긴장이 자칫 풀어져 선거 결과가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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