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과 폴란드 총리 설전 2라운드…"경륜부족에 거만하기까지"
마크롱 "폴란드 전략적으로 실수하는 것"…폴란드 총리, 거친 표현으로 반발
동유럽 저임금 파견근로자 문제로 유럽 내 東西 갈등 심화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기조와 엇박자를 내는 폴란드를 작심하고 비판하자 폴란드 총리가 "경륜도 없는 사람이 거만하다"고 응수하는 등 설전이 인신공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동유럽을 순방 중인 마크롱은 25일(현지시간)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폴란드는 오늘날 유럽에 길을 제시하는 나라가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여러 분야에서 유럽의 이익에 반대되는 결정을 해온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크롱은 이어 "어제 폴란드 총리가 한 발언은 또 하나의 전략적 실책"이라면서 "폴란드는 유럽의 미래 역사에서 자신들을 변방에 위치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마크롱의 이런 발언은 폴란드·헝가리·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서유럽에 파견돼 일자리를 잠식하는 문제를 둘러싼 유럽 내 '동서(東西) 갈등'에서 비롯됐다.
마크롱이 동유럽 순방과 연쇄 정상회담에서 서유럽 선진국들의 일자리 보호를 주장하며 동유럽 국가들을 압박하자 폴란드의 베아타 시드워 총리는 24일 "폴란드 근로자들의 이익이 달린 문제이므로 끝까지 우리의 기존 입장을 지키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0월 19∼20일 브뤼셀 정상회담에서 서유럽에 파견되는 중·동유럽 노동자들과 관련한 불균형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다룰 계획이지만, 서유럽과 달리 동유럽 국가들은 자국 근로자와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며 논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 국가 중 덩치가 가장 큰 폴란드와 헝가리가 이런 구상에 대표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 왔다. EU 집계에 따르면 폴란드 기업들이 고용해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파견한 이 나라 근로자 수는 50만 명에 이른다.
마크롱은 "폴란드인들은 현 상황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서 "폴란드 근로자들이 폴란드와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 계속 저임금 상태에 머무르는 게 과연 좋은 일인지 설명하기가 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전해 들은 폴란드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는 성명을 내고 "마크롱 대통령의 거만한 비판은 정치경륜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결점을 앞으로는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이어 시드워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혼자서 유럽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와 폴란드 지도자 간의 이 같은 거친 설전은 파견근로자 문제뿐 아니라 폴란드의 사법부 통제 시도와 EU의 난민 의무할당 정책 거부 등과도 관련이 있다.
폴란드는 최근 하급 법원 판사의 임면권을 법무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 실상 정부가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고, EU는 이에 대해 제재를 추진 중이다.
폴란드를 비롯해 헝가리, 체코는 EU의 난민 의무할당 정책도 거부하는 등 서유럽 국가들이 중심이 된 EU의 정책 기조와도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
마크롱은 이번 순방에서 동유럽의 최대 EU 회원국인 폴란드와 헝가리는 정상회담 대상국에서 아예 제외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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