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재 노출된 천장에 비닐치고 수업…학생 21% 등교 거부·조퇴
학부모 "대책 마련하라" vs 학교 "석면농도 기준치 이내, 문제 없다"
(성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초등학교가 방학 동안 진행한 교실 시설보수 공사 도중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노출됐는데도 방재 조처 등 마무리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어린 학생들을 등교시켜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석면 텍스'라고 불리는 천장 마감재가 일부 철거돼 천장 내부가 드러나 있는데 개학을 했다며 반발, 자녀 등교를 시키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학교 측은 공기 중 석면농도 측정 결과 기준치 이내여서 수업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분당 A 초등학교 학부모와 성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A 초교는 이달 초부터 개학을 앞둔 지난 20일까지 이중 창호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50여 개 교실 천장 일부 텍스(폭 45∼60㎝)를 철거하다가 석면 재가 노출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개학 전날까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교실의 천장 내부가 일부 드러난 채로 21일 개학을 했다.
개학 전인 8∼10일 사흘간 29개 지점에서 교실 내 공기 중 석면농도를 측정했는데, 노출 기준치(노출기준 ㎤당 0.01 개) 이내인 ㎤ 당 0.003∼0.004개였다는 이유에서였다.
개학 후 교실을 청소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던 저학년 학부모들은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학교 측에 항의했다. 학교 측은 천장이 노출된 공간을 비닐로 막고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학년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자녀들의 등교를 막고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24일엔 성남교육지원청과 학교 관계자, 학부모 등 10여 명이 모여 학교운영위원회까지 열렸다.
학부모들은 공사가 마무리되고 학생들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임시휴교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측은 개학 후 3개 지점에서 공기 중 석면농도를 측정했는데, 역시 모두 기준치 이내로 나왔다며 학생들의 등교를 촉구했다.
그러나 석면 노출을 염려한 일부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25일 하루 결석하거나 조퇴한 학생은 전체 학생 580여 명 가운데 125명(21%)에 달했다.
1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개학 후 학교를 가보니 천장 마감재가 일부 철거돼 속이 들여다보이는 상태였다"며 "석면 노출이 걱정돼 학교에 안 보내거나 급식을 먹지 않고 4교시 후 조퇴시키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은 "개학 전후 석면농도를 측정했으나 모두 기준치 이내였다. 수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휴교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며 "주말을 이용해 27일까지 공사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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