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벌벌 떨어…" 살인 못막는 신변보호 개선되나

입력 2017-08-26 11:00
수정 2017-08-26 11:02
"엄마는 늘 벌벌 떨어…" 살인 못막는 신변보호 개선되나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엄마는 늘 벌벌벌 떨었어요"

지난 21일 부산 강서구의 한 거리에서 헤어진 동거남 배모(58) 씨에게 무참히 살해된 여성(57)의 딸 A 씨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와 배씨가 함께한 지난 10년은 끔찍했다고 A씨는 기억했다.

A씨는 "배씨가 항상 술에 취해 있었다. 물건을 깨고 집어 던지고, 욕하고 목을 조르고 엄마는 매일 당하고 살았다"면서 "배씨는 자기가 예전 부인과 아들을 때린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5일 헤어졌다.

이때만 해도 모녀는 배 씨에게서 해방될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가 더한 공포의 시작이었다.

A씨는 "먼저 헤어지자고 한 것은 배씨였다. 1천만원을 주면 행패도 부리지 않겠다기에 돈을 줬고 접근금지 공증을 받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배씨는 얼마 안 가 태도가 돌변해 집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씨 모녀는 배씨 몰래 10일간 전남 여수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그사이 배씨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민속주점을 몇 차례나 무단침입한 사실이 주변인에게 목격됐다.

A씨 모녀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뒤에도 배씨가 아파트로 찾아와 경찰이 3차례나 출동했고 배씨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침입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A씨는 "집이 20층인데 18층에 내려서 CCTV를 피해 계단으로 걸어 올라오고, 내려갈 때도 항상 1층서 지하통로 계단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모녀는 경찰과 주변인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배씨가 찾아온 날짜의 아파트 CCTV를 확보하려고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하고 진정서를 받아오라고 했다가 진정서를 받아오니 경찰을 동행하라고 말을 바꾸고, 경찰과 함께 가니 형사를 데려오라고 했다"면서 "눈물로 호소하는 피해자 앞에서 엉터리 절차를 대충 설명하고 '다시, 다시'만 외치는 게 원망스러웠다"고 전했다.

A씨는 어렵게 신변보호 대상자가 됐지만 엄마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경찰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A씨는 "스마트워치를 줄 때 경찰이 빠르면 3분 교통이 막히면 8분 정도 내에 올 거라고 설명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경찰이 엉뚱한 곳에 출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너무 화가 났다. 살인 못 막는 신변보호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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