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남은 의문] 메추리·오리는 괜찮나…당국 전수조사

입력 2017-08-26 10:30
수정 2017-08-26 10:47
[살충제 계란 남은 의문] 메추리·오리는 괜찮나…당국 전수조사

전문가 "메추리도 진드기 있다…닭처럼 살충제 사용했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살충제 계란' 사태가 더는 확산하지 않으면서 일단 급한 불은 꺼졌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가축 질병에 이어 살충제 문제까지 터지면서 축산물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계란과 닭고기 외에 메추리와 오리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포함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메추리 1천500만 마리…살충제 오염 우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는 총 52개로 집계됐다. 친환경 인증 농가가 31곳, 일반 농가가 21곳이다.

조사 과정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재조사와 보완조사까지 거쳤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유통되는 계란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조사 대상이었던 산란계를 제외한 육계와 메추리, 오리 등 다른 가금류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오리 사육 농가는 469곳이며, 사육 규모는 약 650만 마리 수준이다.

2015년 말 기준 전국의 메추리 농가는 111곳으로, 사육 규모는 총 1천500만 마리에 달했다.

그 외 칠면조(459가구, 5천682마리), 거위(776가구, 3천285마리), 타조(82가구, 702마리) 등이 있다.

메추리는 닭보다 저항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란계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공장식 밀집 사육을 하고 있어 일부 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박용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메추리는 산란계처럼 케이지(철재 우리)에서 사육해 닭과 종류는 다르지만 진드기가 있다"며 닭과 같은 방법으로 방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살충제뿐만 아니라 항생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식용 축산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그 내용을 투명하게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농식품부 "오리·메추리도 점검하겠다"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당국은 닭과 계란 외에 다른 가축과 축산물에 대해서도 점검하기로 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을 교훈 삼아 삼계탕용 닭고기, 노계, 메추리, 오리 등 다른 축종에 대해 일제 별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닭과 계란뿐만 아니라 전체 먹거리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모든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도 메추리, 육계 등에 대한 살충제 검사에 나섰다.

경기도는 메추리, 육계, 토종닭 사육농가에 대해 다음 주부터 산란계와 같이 27종의 살충제 성분 사용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메추리 농장은 전수 검사를, 육계 사육 농장은 표본 검사를 하기로 했다. 메추리알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 산란계 농장과 같은 조치를 할 계획이다.

일부 산란계 농장에서 알 생산 능력이 떨어진 노계를 가공식품 원료로 공급하고 있는 점도 소비자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노계가 가공식품에 사용되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표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화학물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집중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