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한 돕는 러시아, 한반도 평화 외면하면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러시아의 북한 끌어안기 행보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북한과의 교역액이 급증하고 모스크바에는 북한전문 여행사까지 문을 열었다. 세계 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죄기 위해 교역 규모를 줄이거나 관계를 단절하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중거리미사일이라며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추진에 딴죽을 걸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동참 압박으로 운신의 폭이 줄어든 중국을 대신해 북한의 최대 후원자가 되려는 것 같다.
러시아 연방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액은 약 6천100만 달러(690억 원)로 집계됐다. 1억 달러가 채 안 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9%나 늘었다. 게다가 양국 교역의 대부분을 유연탄(3천600만 달러), 갈탄(1천100만 달러), 원유 이외의 석유(240만 달러) 등 러시아의 대북수출(5천900만 달러)이 차지했다. 북한이 열량이 높은 러시아산 유연탄 등을 산업 동력원으로 공급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교역 증가추세에 한술 더 떠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은 24일 '엔코리안'(NKOREAN)이라는 공식여행사까지 열었다. 이 여행사는 북한 정부의 승인 아래 관광객의 방북 비자 신청, 항공권 판매 등 업무와 함께 신변안전까지 보장한다고 한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조여진 외화벌이에 숨통을 터 보려는 의도가 뻔한데 러시아관광협회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섰다니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 23일에는 러시아의 장거리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MS가 수호이(Su)-35S 전투기, A-50 조기경보기 등과 함께 동해 상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 편대가 긴급 출격해 충돌 없이 KADIZ 밖으로 유도하기는 했으나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가 KADIZ를 인정하지 않고 침범하는 일이 과거에도 없지는 않았으나 북한을 지원하는 최근의 행보와 맞물려 적잖이 우려된다.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에는, 중국의 공백을 틈타 북한, 더 나아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린 듯하다. 러시아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지는 않더라도 그 취지에 반해 북한을 지원하고 제재를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고 하겠다. 러시아의 행보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군사적 충돌로까지 가져가지 않고 제제와 압박으로 풀어 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약화해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기회에 러시아에 이런 점을 분명하게 각인시키고 한반도 평화에 건설적으로 기여해 줄 것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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