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고향 '울릉도 꿈나무'에 희망 전하는 김창룡 교수

입력 2017-08-29 07:01
[사람들] 고향 '울릉도 꿈나무'에 희망 전하는 김창룡 교수

낮에는 초·중학생 논술·영어 지도, 밤에는 장학금 모금 공연

"고사리손 감사편지에 대학 강단과 다른 보람 느껴"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육지로 진출하지 않은 섬 아이들에게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변변치 않은 능력으로 고향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경상북도 울릉군에서 태어난 인제대학교 김창룡(60·신문방송학과) 교수.

8년간의 기자생활을 뒤로하고 영국 유학을 거쳐 1999년부터 대학 강단에 선 그는 올해로 3년째 방학 때마다 인천의 집을 떠나 고향을 찾고 있다.

한 달가량 울릉도에서 민박하며 학교에 나가 초등학생, 중학생들에게 논술과 영어를 가르친다.

AP통신사 서울 특파원을 지낸 현직 교수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정성스럽게 준비한 강좌의 첫해 수강생은 7명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 여름방학에는 30명 넘게 모였다.

2015년 여름 환갑을 바라보는 김 교수가 고향에서 논술캠프를 연다고 하자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김 교수는 29일 "평생 기자와 언론학자로 살면서 고향에는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한 게 부끄러웠다"며 "고향 후배들을 위해 논술·영어 강의를 하겠다고 무작정 뛰어들었지만, 처음에는 엉뚱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교실조차 구하기 어려웠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포항에서 바닷길로 217km, 강릉에서 178km 떨어진 울릉군은 1개 읍과 2개 면으로 구성된 미니 기초자치단체다.

어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1970년대 중반 3만 명에 육박했던 울릉도 인구는 자녀의 학업과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섬을 떠나는 주민이 늘면서 이제 1만 명까지 줄었다.

울릉도에 남은 주민 중에도 많은 부모가 자식의 앞날을 생각해 육지로 유학을 보내는 '생이별'을 감수하고 있다.

울릉도 오징어잡이 배 선주의 아들로 태어난 김 교수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뭍으로 건너간 유학파다.

그는 "부모와 함께 섬에서 생활하는 소중한 후배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해보니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함께 공부한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눌러 쓴 감사편지를 받을 때면 대학 강단과는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올해 여름방학에는 낮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통기타 가수'로 변신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울릉도 뱃터 인근에서 '섬아이들사랑장학금' 모금을 위한 공연을 했다.

기타를 배우려고 여러 달 학원까지 다닌 그의 정성과 아이들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에 공감한 관객들이 10여 차례 공연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장학금은 200만원이 넘는다.

김 교수의 바람은 섬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지는 불행을 막는 것이다.

그는 "살기 좋은 섬이 되려면 우선 양질의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고향 울릉도에 섬 아이들과 외국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국제학교 형태의 대안학교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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