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유죄 배경은…각종 문건·증언 토대로 뇌물 인정

입력 2017-08-25 18:15
수정 2017-08-25 19:10
이재용 유죄 배경은…각종 문건·증언 토대로 뇌물 인정

'안종법 업무 수첩·朴 독대 말씀자료'는 증거능력 부족

각종 정황으로 '부정 청탁' 인정…정유라 증언도 결정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25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선고 공판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이 제출한 여러 문건, 증언 등 정황 자료를 토대로 이 부회장의 '묵시적인 청탁'과 공범들과의 관계에서 역할 분담에 따른 공모 관계를 인정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 선고 결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특검이 제출한 여러 문건과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 등을 토대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실제로 진행됐고, 이를 박 전 대통령이 충분히 인식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지원 요구를 이 부회장이 거부하지 않으면서 묵시적인 청탁이 성립한다고 봤다.

금융감독기관들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 부회장의 기업지배력 강화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한 분석자료 등 여러 자료는 현안인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지원 요구와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 관계 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재판 막바지 제출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의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문건들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12일 불출석 의사를 뒤집고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깜짝' 출석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법정 증언도 형량을 결정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승마 지원과 관련해 삼성 측은 최씨의 개인회사인 코어스포츠(이후 비덱스포츠로 상호변경) 명의의 계좌에 총 36억3천484만원을 입금했다. 재판부는 이 금액을 모두 뇌물로 인정했다.

이어 삼성 측이 말 구입비 등으로 대신 지급한 41억6천251만원 중 36억5천943만원에 대해서도 '최씨가 말 소유권을 자신에게 이전하지 않았던 점을 삼성 측에 항의한 점' 등을 들어 뇌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정씨가 "삼성이 사준 말을 두고 어머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 증언 등이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 수첩과 독대 자리에서 쓰였다는 '대통령 말씀 자료' 등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수첩은 특검과 안 전 수석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입증 자료로 중시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쓰였다는 '대통령 말씀 자료'도 그다지 깊이 있는 자료는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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