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당, 언제까지 공허한 결의문만 낼 건가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5일 또 결의문을 냈다. 한국당은 1박 2일 일정으로 천안 우정공무원 연수원에서 열린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 연찬회가 끝난 뒤 발표한 결의문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新)적폐 정부' '일방통행 정부'라고 몰아붙이면서 강도 높은 견제에 나서겠다고 했다. 결의문은 "지금 대한민국은 독선, 오만을 고집하는 '일방통행 정부'의 인사·안보·경제 무능으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안보·경제·졸속·좌파·인사의 신적폐 정부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결의문은 또 "현 정부는 한반도를 위협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도 대북평화 구걸 정책과 오락가락 외교 행보로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사법부 수장까지 좌파운동권으로 채워 넣고 있으며, 무능하고 부적절한 인사배치로 결국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살충제 계란에 무자비하게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신적폐 세력이 국민을 불행으로 몰고 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통합과 화합을 통해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민생안정과 경제 성장을 독려하는 민생국회 구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19대 대선 패배 후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 명의의 결의문을 낸 것은 두 번째다. 지난 6월 2일에도 "보수의 가치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대한민국의 100년을 이끌어갈 미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결의문을 낸 바 있다. 7·3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인 8월 2일에는 "신보수주의 가치의 깃발을 높이 든다"며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잇단 결의문이나 혁신선언문에 기대를 거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과거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나 반성이 없고, 무엇을 어떻게 혁신할지 알맹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문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독설을 빼면 이렇다 할 내용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제1야당이 집권여당을 견제하고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제1야당의 존재의의를 증명할지', 어떻게 '당내 혁신을 가속화 할지', 어떻게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을 섬길지' 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정부·여당만 비판하는 결의문은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통합과 화합을 통해 혁신을 이루겠다'느니, '보수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느니 하는 추상적 구호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홍 대표는 이번 연찬회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정작 연찬회에선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사태를 몰고 온 박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 하나 정리하지 못하는 당에 혁신과 인적 쇄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한국당 의원이 한 명도 없는 것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최근 회고록에서 "탄핵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고, 그다음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 지도부, 의원들이 모두 새겨들을 만하다. 한국당은 먼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당내 친박세력 등에 대한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역량과 의식을 갖춘 새 인물들이 한국당을 노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새로운 보수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당은 계속 진정성 없는 결의문만 낼 게 아니라 이제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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