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 쟁점] ③ 뇌물혐의 20% 유죄…미르·K재단 204억은 뇌물아냐(종합)
승마 지원과 달리 '승계작업 도움' 청탁 없었다고 판단
박근혜 전 대통령·롯데 등 출연기업 재판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받는 뇌물 혐의 액수 433억여원 가운데 약 20%인 88억2천800만원 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검이 주장한 이 부회장의 뇌물은 최순실·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약속액 213억원(실제 지급한 77억9천735만원 포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16억2천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 등 총 433억여원이다.
이중 유죄 판단이 난 것은 실제로 지급된 승마 지원액 중 72억원, 영재센터 16억2천800만원이다. 나머지인 재단 출연금과 승마 지원 약속액(135억 265만원)은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이 가장 덩어리가 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특검의 주장처럼 '제3자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재단 출연금을 '경영권 승계 특혜를 얻고자 건넨 돈'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재단에 출연하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했을 수는 있지만,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관심 있어 하는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 정도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재단 지원 부분은 피고인들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자체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 최순실씨의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이었고, 설립과정과 운영상황도 비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선 재단의 뒤에 최씨의 사욕이 있었는지 몰랐고, 출연 액수 등도 수동적으로 응하기만 했다고 봤다. 청와대가 주도한 재단 설립과정도 일부 강압적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재단 출연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사회협력비 분담비율로 분담한 출연금을 어쩔 수 없이 납부할 수밖에 없다는 정도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이 여러 총수에게 재단 출연을 요청하면서 유독 이재용 피고인과의 관계에서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 관계라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재센터 지원은 뇌물로 봤다. 재판부는 "삼성 측은 영재센터가 사실상 최씨의 사익추구 수단인 점을 알았다고 보인다"며 "이 부회장 승계작업에 관해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이 논리는 뇌물죄의 반대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유사한 구도로 재판 중인 롯데그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롯데가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K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을 요구받고 70억원을 추가 출연한 것이 제3자 뇌물공여라며 신동빈 회장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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