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따라 롤러코스터 탄 시민들…'세기의 재판' 결과에 관심집중
진보성향 시민단체들 "정경유착 범죄를 엄단" 환영
보수단체 "형사재판 기본원칙 어긴 판결…5년형 과하다"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세기의 재판'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25일 선고 공판이 시작되기 30여분 전인 오후 2시께부터 서울역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TV 앞에 시민들이 몰려들어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귀를 기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때처럼 재판 과정이 생중계되지 않아 선고 내용이 드문드문 자막으로만 전해진 탓에 공판이 시작된 뒤에도 법정이 화면에 나오지 않자 일부 시민은 자리를 떴다.
'재판부, 이재용 명시적 청탁 인정 못 해', '순환출자 관련, 이재용이 말했는지 불분명' 등의 자막이 흘러나오자 일부 시민들은 웅성거렸다. 다른 시민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삼성의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모두 뇌물이라고 판단' 등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는 자막이 나올 때면 시민들의 표정이 뒤바꼈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속보를 접하던 승객들, 사무실 컴퓨터를 통해 속보를 읽던 직장인들, 거실 TV로 뉴스를 보던 주부들 모두 이 부회장, 특검과 함께 판사의 입을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재산국외도피 등 주요 혐의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검은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모(30)씨는 "수십억원에 대한 뇌물, 국외재산도피 등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다행"이라면서도 "특검이 구형한 징역 12년과 비교하면 형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직장인 김모(57)씨는 "정부가 기업에 특정 사업이나 지원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삼성이라는 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는 과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재판 결과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순철 사무총장은 "법원이 정경유착 범죄를 엄단했다"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불가역적이고 철저한 재벌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재벌개혁에 나서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뇌물, 횡령, 위증 등이 다 인정됐음에도 징역 5년이라는 낮은 형량이 선고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우리가 고발하고 특검이 기소한 혐의 모두가 유죄로 인정됐다. 삼성과 이재용 일가는 완전히 거듭나야 하며, 우리나라에서 정경유착·재벌특혜·뇌물범죄만큼은 발본색원해서 영구히 근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보수 성향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전삼현 사무총장은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의) 청탁이 묵시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처벌했다"면서 "이는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인 증거주의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벌 총수는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데도 재판부는 공모를 인정했는데 이는 (2심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 부회장의 행동이 고의적이지 않고 소극적으로 이뤄졌는데 5년형이 내려진 것도 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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