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익사사고 발생 천변에 또 폭우…현장 가보니

입력 2017-08-25 14:53
장애인 익사사고 발생 천변에 또 폭우…현장 가보니

환경공단 직원 특보발효 직후 6명 출동…광주 동구청 주의보 발령 2시간 지나서야 현장순찰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기습폭우가 내린 지난 22일 광주천 천변 자전거도로를 전동휠체어를 타고 지나던 60대 장애인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25일 새벽 비록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도 철저한 예방대책이 실행되길 기대했지만, 관할 구청은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광주 환경공단은 이날 오전 4시 광주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자 즉각 직원들을 비상동원했다.

6명의 직원은 3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호우특보 발효 15분 만에 23㎞ 광주천을 상류와 하류를 오가며 천변로 진출입로에 출입 통제 띠를 설치했다.

91㎜의 폭우가 내려 광주천 수위가 1.8∼2m가량 상승하자 6명의 환경공단 직원은 현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광주천 주변을 돌거나 주요 사고 우려 지역을 지키며 6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날이 밝고서는 사회적 일자리 인력 등 12명을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익사사고가 난 지역인 동구청은 같은 시간 손 놓고 있었다.

동구청 재난관리부서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되자 구청 소유 전광판과 지역방송시설을 활용해 폭우 피해에 주의해 달라고 알리기만 했을 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장애인이 익사한 사고현장에 대한 선제적 예방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동구청 관계자는 "하천은 관리권은 자치구가 아니라 광주시에 있다"며 "시 재난 관련 부서의 요청도 없었는데,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에서 안전조치할 의무가 없어 관련 부서에 특보 발효사항을 전파하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동구청이 광주천 안전조치에 나선 것은 호우주의보 발령 2시간이 지난 오전 6시 이후에서야 이뤄졌다.

담당 부서 과장의 지시로 구청 청원 경찰이 차량에 타고 동구 내 광주천변을 순찰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장애인 익사사고 후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인 광주시 측은 "비록 하천이 광주시 관할 지역이더라도 자치구에 있는 재난위험 지역의 피해 예방을 위해 구청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광주시에 시설이 많다 보니 각각 맡고 있는 시설에 대한 안전 책임은 광주시·구청·환경공단 모두에게 있다"고 밝혔다.

광주 환경공단 측도 "하천 관리를 위탁받은 환경 공단이 재난 예방 활동까지 나서야 하는 의무는 없으나, 시설물 등 관리 책임이 있기에 안전조치를 했다"며 "시설 관리를 한다고 해서 재난활동까지 떠맡아야 한다고 각 구청이 잘 못 생각하고 있어서 '구청이 안전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광주시와 상의 발송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광주 장애인정책연대 측은 "얼마 전 익사사고가 발생한 만큼 구청도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어야 했지만 대응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구청이 하천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54분께 광주 동구 소태동 인근 광주천 자전거도로에서 뇌 병변 2급 장애인 A(66)씨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빗물 수문 옆을 지나다 하천으로 추락,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광주시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 장애인 단체들과 만나 빗물을 쏟아내는 수문의 구조를 변경하고, 호우특보가 발효되지 않아도 집중호우 발생 시 안전조치에 나서는 방안 등의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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