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 "정부·선사, 골든타임 놓쳐"

입력 2017-08-25 14:00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 "정부·선사, 골든타임 놓쳐"

"구명정 추정 물체 '기름띠'로 보도…선사 은폐 의혹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남대서양에서 지난 2월 31일 침몰한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25일 "정부와 선사가 2차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4·16연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종 당일 1차 골든타임과 열흘 뒤 2차 골든타임 때 정부·선사의 대응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4월 9일 오전 4시 23분께 사고 해역을 수색하던 미 초계기(P-8A)는 구명정 추정 물체를 발견해 당시 수색작업을 지휘한 스텔라코스모호(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선사 폴라리스쉬핑 소속)에 이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수색작업에 참여한 다른 배 안나마리아호(독일 국적)도 같은 사실을 인지해 스텔라코스모호와 우루과이 해상구조본부(U-MRCC)에 알렸고, 우루과이 해상구조본부는 오전 5시 1분께 이를 한국 해경에 공문으로 보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브리핑에서 이 사실을 전하며 "구명정인지, 반파된 구명정 1척의 미회수 상판인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안나마리아호는 이날 구명정을 집중 수색했으나 현지가 심야였던 탓에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튿날인 4월 10일 오전 6시 36분 우루과이 해상구조본부는 스텔라코스모호 측에 구명정으로 추정됐던 물체가 "기름띠(Oil Slick)"일 수도 있다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주우루과이대사관은 이를 외교부에 알렸다.

외교부는 오전 10시 30분께 브리핑을 열고 "미국 항공수색 관계자에게도 문의했더니 구명정 추정 물체가 기름 흔적일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미 초계기가 촬영한 사진을 확보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날 오후 5시 48분 한 방송사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 구명정 추정 물체는 기름띠"라고 보도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대책위는 "구명정일 수도 있는 물체를 '기름띠'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후 구명정은 사라진 존재가 됐다"면서 "해당 방송사가 선사를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봐서 선사가 구명정을 은폐하려고 의도적으로 흘린 것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선사는 사고 발생 5일 만에 사망보험금을 주겠다며 합의를 권했다"면서 "스텔라유니콘호 등 다른 노후선박에서도 결함이 발생한 사실을 제보받아 언론에 공개하자 직원들에게 '돌출행동을 하지 말라'며 입막음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책위는 4월 9∼10일 상황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 올 하반기 국정감사를 통한 조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종된 허재용(33) 이등항해사의 큰누나인 허영주 대책위 공동대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브라질과 영국 측이 직접 섬 수색에 나서도록 더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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