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수난사…부모와 함께 어린이 문화재 훼손 속출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사진을 찍으려다 실수로 오래된 유물을 훼손하는 사례가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 런던에서 동쪽으로 64㎞ 떨어진 사우스엔드온시 소재 프리틀웰(Prittlewell) 수도원 박물관에서는 지난 20일 800년 된 사암(沙巖) 관(棺)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박물관을 찾은 가족 가운데 한 어린이가 사진을 찍는다면서 관 안으로 들어갔다가 관 일부를 훼손했다.
박물관 측은 "CCTV가 돌아가고는 있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를 일으킨 그 가족은 어린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박물관을 떠났다.
훼손 사실은 이에 따라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 사례는 박물관 등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거나 전시품을 매만지거나 어린이들을 너무 가까이 전시품에 가도록 함으로써 잘 보존해야 할 유물을 훼손한 가장 최근 사례가 된다.
프리트웰 수도원 박물관을 소유·관리하는 사우스엔드온시 자치구 위원회는 훼손된 관의 조각을 회수했다.
그리고 특수 접착제를 이용해 조각을 붙이는 수리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여기에 들어가 비용은 100파운드(14만원 상당) 정도로 추정됐다.
이 관은 1921년 수도원에서 발견됐다.
관 안에는 12세기 설립된 수도원에서 살던 수도자의 해골이 들어 있다.
사우스엔드온시 자치구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훼손된 관이 나중에 더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완전히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미국 워싱턴DC 소재 허시혼박물관·조각공원의 '무한 거울'(Infinity Mirrors) 전시관에서 셀카를 찍으려던 관람객이 작품 위로 넘어지는 바람에 작품 일부가 훼손됐다.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 유리박물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전시돼 있던 작품을 끌어당겨 파손시키기도 했다.
같은 해 독일 뉘른베르크 신(新)박물관을 찾은 90세 할머니가 전시된 작품에 낙서를 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훼손 행위는 박물관에 그치지 않고 야생동물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트위터 등에 올리려고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들소에 접근해 셀카를 찍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