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교행사에 등돌린 중국 매체들 '사드 비판'에만 열올려
인민일보, 韓측 행사에 정협 부주석 참석만 동정 보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한국이 지난 24일 베이징(北京)에서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벌이며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띄웠으나 중국 매체들은 이를 외면한 채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양국 관계를 해친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나섰다.
25일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24일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한 축하메시지에서 한국과 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아울러 중국은 이를 통해 한국에 사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시 주석이 축하메시지에서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한중 정상의 메시지 교환을 소개하면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명확하고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이어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사드 문제를 현재 한중 관계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말했고 천주(陳竺)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측 한중 수교 기념행사에서 이견을 처리해 양국 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차이나데일리는 사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신문은 "한국의 안보 우려는 진실한 것일 수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 거리를 두지 않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안정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양국 지도자가 25년 전 지혜와 용기, 식견으로 그간의 적의를 내던지고 우호관계를 수립했던 것처럼 한국은 그 때와 같은 지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영자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도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축하메시지를 교환하면서 시 주석이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발언했다면서 양국 관계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갈등이 커져 왔다고 전했다.
롼쭝저(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과 균형점을 맞추는 데 실패한다면 양국 관계가 더 크게 훼손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전략적 양자 파트너십이 한국의 사드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웨춘(姜躍春)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원은 "사드 문제로 한국 내 여행업과 자동차 및 화장품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한국 측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 매체들은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 등 일부를 제외하곤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 수교 25주년 행사나 한중 수교 25주년 자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인민일보는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수교 25주년 축하메시지 교환을 보도하지 않은 채 지난 24일 천주 부원장의 중국 측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를 동정 형식으로 보도했다. 이어 25일에도 완강(萬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한국 측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며 한 줄짜리 기사로 소개해 냉랭해진 양국 간 분위기를 반영했다.
한편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 사드배치를 늦출 생각이 있었으나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발사가 문 대통령의 처음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스 교수는 이어 "중한관계가 사드 문제로 인해 냉각기가 이어지면서 이미 1992년 수교 이래 최저점에 이르렀다"며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한 양자관계도 객관적인 개선을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가 양국의 안보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한중 양국이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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