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입은행, 이란에 10조6천억원 여신 제공 합의

입력 2017-08-24 23:41
한국 수출입은행, 이란에 10조6천억원 여신 제공 합의

핵합의 이행 이후 최대 규모 여신 협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한국 수출입은행은 24일 이란중앙은행과 94억 달러(약 10조6천465억원) 규모의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내용의 기본여신협정(FA)을 체결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FA는 지난해 1월 이란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 이후 이란이 체결한 여신제공 협정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가 발주하는 각종 개발사업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금융 문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 시장이 '블루 오션'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개발사업 대부분이 수주처가 금융을 조달해야 했던 탓이다. 이란 내 사업을 국내 기업이 수주해도 아직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풀리지 않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출입은행이 제공하는 여신은 이란 정부의 보증하에 정부 발주 사업을 수주하는 한국 기업의 금융 지원에 사용된다.

발리올라 세이프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핵합의 이행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여신제공 계약을 한국과 맺었다"며 "국제사회가 이란과 장기적인 금융 관계를 재개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이번 FA는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란 방문 시 양국 정부가 공동 추진키로 합의한 것으로, 그간 '스냅백'(핵합의 불이행에 따른 제재 복원) 조항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커 논의가 교착됐다.

양측은 스냅백 상황이 오면 여신 상환을 우호적으로 우선 협의하되 결렬될 경우 수출입은행이 요구하는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이란과 여신제공 협정을 논의하는 터라 이번 한국과 이란의 협정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적대 정책을 강화하는 만큼 한국과 이란의 대규모 금융 분야 계약이 종합적으로 보면 한국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스냅백에 대한 안전장치를 달았지만 실제 이런 상황이 닥쳐 이란이 핵개발을 재개하면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준전시' 수준으로 고조하는 만큼 실제 대출금을 돌려받을 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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