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본질봐야"·中 "초심지켜야"…수교25주년 행사서 '언중유골'
서울서 기념만찬 개최…양국 요인들 사드 갈등에 '속내' 표현
(서울=연합뉴스) 외교부 공동취재단·조준형 기자=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24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양국 요인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양국간 갈등 상황에 대해 서로 뼈 있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주한중국대사관 주최로 양국 인사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념 만찬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견월망지(見月忘指, 달을 볼 때는 손가락을 보지 말라는 뜻)라는 말이 있다"며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말"이라고 소개한 뒤 "모든 주권국가는 외부 위협에 대해 자위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중국이 '사드 반대'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사드 문제의 원인이 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의장은 "대응조치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원인을 제거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면서 "원인이 사라지면 자연스레 그 조치도 사라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 사드 배치의 원인이 된 북핵 문제의 해결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은근히 촉구했다.
반면, 인사말을 한 추궈훙(邱國洪) 주한중국대사는 "초심을 지킬 때 한중관계는 정확한 방향을 마련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25년 전 한중 양국이 장애를 극복하고 수교했을 당시 그 핵심은 상호이익을 존중하고 양국 국민 요구에 따라 양국 발전을 추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며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사드가 침해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내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추 대사는 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며 "한반도는 복잡 미묘한 긴장 분위기가 자주 조성된다"고 지적한 뒤 "평화와 안정이 깨지면 한중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양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자는 미래지향적 발언들도 적지 않게 나왔다.
우리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사드 갈등과 관련, "최근 한중 양국간 당면한 현안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중요한 것은 양국이 서로 긴밀히 소통하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중 양국이 서로 지혜를 모아 노력할 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고 한중관계는 보다 성숙한 관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차관은 "한국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중국에는 '송무백열'(松茂柏悅,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한다)이라는, 벗이 잘되는 것을 기뻐한다는 말이 있다"고 언급한 뒤 "25년간 한중간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축적돼온 양국민 신뢰와 우호의 정서는 양국관계가 흔들리지 않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은 "당나라 시성 두보는 '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란 시에서 20여 년 만에 만난 친구를 위해 밤비를 뚫고 부추를 내어 상을 차린다고 했다"며 "한중 양국민 모두는 오래된 친구를 대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궈훙 대사는 "25세는 사람으로 말하면 빠른 성장에서 성숙으로 가는 관계인데 한중 양국도 이와 같다"며 "손잡고 양국관계가 더 성숙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우리 측 인사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주석 국방부 차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이홍구 전 총리, 손경식 CJ 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등 정·관·재계 요인들이 다수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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