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vs 삼성 5개월 혈투 누가 이길까…전문가도 예측불허

입력 2017-08-25 07:30
수정 2017-08-25 07:56
특검 vs 삼성 5개월 혈투 누가 이길까…전문가도 예측불허

독대 내용·'부정한 청탁' 존재·미전실 역할 등 쟁점마다 '불꽃공방'

한쪽의 일방적 승리 예측 어려워…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이어질 전망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특검이 기소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5일 사법부의 판단을 받지만, 결과는 막판까지 예측불허다.

특검팀이 바라본 사건의 기본 골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 등을 요구받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대가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틀을 두고 특검팀과 변호인단은 5개월간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결심 공판이 끝난 후에도 경쟁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며 법정 외 여론전을 펼쳤다.

법조계 관계자들조차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쟁점이 많고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이목은 집중되는 사안이어서 재판부의 고민과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 이재용, 박근혜 도움 필요했나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 입장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사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지상 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게 모두 승계 작업을 위한 준비절차라는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구조다.

이 부회장 측은 특검이 내세운 '승계 작업'은 '가공의 틀'이라고 맞섰다.

삼성물산 합병이나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등은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뤄진 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삼성물산 합병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해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결권은 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어 별다른 승계 작업이 필요 없다고도 강조했다.



◇ 이재용, 정유라 지원 요구받았나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2014년 9월 1차 독대를 했을 때부터 둘 사이에 '정유라 지원'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당시 정유라에 대한 '공주 승마 의혹'이 보도된 이후라 이 부회장도 정씨의 존재를 알았고, 이 때문에 대통령의 '승마 협회 인수' 요청을 정유라 지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15년 7월 2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회장사인데도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고 질타하자, 이후 본격적인 정씨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독대에서 단 한 번도 정유라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 수첩에서조차 '정유라'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정유라 승마 지원은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요청 때문이 아니라 최순실의 강요나 공갈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승마 선수를 지원하려 계획했지만, 최씨가 중간에 끼어들어 방해공작을 폈다는 것이다.



◇ 이재용, 주연인가 조연인가

특검은 이 부회장이 범행의 정점에 있다고 지목했다.

삼성물산 합병이나 생명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은 모두 총수 일가인 이 부회장의 '결심'에 따른 것으로 본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해 각종 지원 요청을 받고, 이후 미래전략실 등 실무진에 승마 지원 등을 지시한 당사자도 이 부회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수의 전위조직인 미전실 실장이 총수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자금 지원을 했다는 것은 경험칙이나 상식에 반하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등은 계열사의 유기적인 운영을 위해 조정·지원 역할을 하는 미전실이 주도한 작업이라고 반박했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로서 당연히 미전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전실은 회장 보좌 조직이라 이 부회장과는 보고하거나 지시받는 관계가 아니라는 논리도 폈다. 정유라 지원도 구체적인 진행 과정을 일일이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이재용, 박근혜-최순실 공모 알았나

특검은 승마 지원 지시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요구는 최씨가 나서는 식으로 두 사람이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이 맡으라고 한 것부터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판단으로 특검은 두 사람에게 승마 지원 건에 대해선 제3자 뇌물이 아닌 단순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도 2차 독대 이후로는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존재를 알았으니 최씨 존재도 알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정유라는 물론 최씨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는 더더욱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지원금 중 단 1원도 박 전 대통령에게 귀속된 것이 없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뇌물죄 공범으로 기소한 건 잘못이라고 따졌다.

최씨에게 금전 지원한 것을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직접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두 사람이 이른바 '경제적 공동체'인 정도여야 공무원이 직접 받지 않아도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점이 입증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3자 뇌물공여는 특검이 삼성의 '부정한 청탁', 즉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달라'고 대통령에게 청탁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 뇌물공여는 '직무 관련성·대가성'만 입증돼도 유죄로 인정된다. 결국, 부정한 청탁의 입증 여부가 핵심이다.

공방은 1심 판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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