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물 건너가나
"아직 우선협상자 교체 공식통보 못받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반도체 사업 부문 매각 협상을 벌여오던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를 SK하이닉스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웨스턴 디지털(WD)로 교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는 24일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보도에 대해 "아직 도시바로부터 공식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교체에 대해 통보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교도통신과 닛케이는 이날 "도시바가 회의를 열고 메모리 사업부 매각의 우선협상자를 WD로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했던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 반도체 매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이에 앞서 6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했다.
당시만 해도 6월 28일로 예정된 도시바 주주총회 이전에 주식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일정표가 언론에서 제시되는 등 매각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의 의결권을 요구한 점 등이 협상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자금의 일부를 전환사채(CB)로 제공해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주주가 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도시바가 이에 대해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도시바의 오랜 사업 파트너였던 WD가 반도체 사업 매각에 반대하며 도시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협상 진전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협상은 결국 2개월 가량 별다른 진전 없이 공전했고, 마침내 우선협상대상자 교체라는 돌발변수를 만나게 됐다.
돌이켜 보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입찰 당시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한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이나 브로드컴 컨소시엄 등이 유력 후보로 지목됐지만, 관측을 뒤집고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다.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는 사실상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또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은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행위여서 이를 문제 삼기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주식매각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면 계약 파기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그 단계까지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낸드플래시의 원조'이자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도시바와의 제휴를 통해 낸드플래시 분야 경쟁력을 키우려던 SK하이닉스의 구상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잃은 것이 사실이라면 도시바와의 제휴를 통해 낸드 시장의 입지를 확장하려던 사업 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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