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선거구획정위 전원 사퇴…지방선거 선거구 조정 난항(종합)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의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선거구획정위) 위원들이 24일 선거구 획정에 대한 '무거운 짐'을 감당할 수 없다며 전원 사퇴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구 조정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강창식 선거구획정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11명은 이날 제주시 내 모 식당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
선거구획정위는 지난해 12월 14일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2018년 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을 위한 제1차 회의를 한 뒤 9개월 만에 파행을 맞았다.
선거구획정위 위원들은 "올해 2월 마련한 도의원 증원 권고안에 대해 제주도, 도의회, 국회의원들이 도민과 선거구획정위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여론조사를 다시 했다"며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비례대표 축소에 대해서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개정을 시도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결과적으로 선거구획정위에 무거운 짐을 던져 놓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선거구획정위원 모두는 더는 선거구획정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의원 정수 조정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이 무산되고 선거구획정위 위원들마저 총사퇴함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 선거구 조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특별자치도인 제주가 스스로 선거구 조정에 실패해 지방선거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마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희룡 제주지사는 즉각 공식 입장을 밝히고 사태의 긴급하고도 원만한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제주도당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과 도지사·도의회 의장이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을 지지 않은 데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며 대혼란을 야기한 3자가 한자리에 모여 공식적으로 도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유종성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인구가 많이 늘어남에 따라 지방의원 선거구 상한 인구 기준을 초과한 지역구가 나오자 지난해 12월부터 선거구 획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현재 제9선거구인 삼양·봉개·아라동의 경우 2007년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도의회 의원의 상한 인구 3만5천444명보다 1만6천981명 초과했다. 제6선거구인 삼도1·삼도2·오라동은 196명 더 많다.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2월 도의원 정수를 현행 41명에서 43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2018년 도의회 의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확정, 도의회와 도에 제출했다.
당시 도민 1천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도의원 수 41명에 대한 현행 유지안(53%)이 증원(33%)·감원(14%)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선거구획정위는 "현행체제를 유지하거나 선거구를 분구·합병할 경우 큰 도민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도의원을 늘리는 방안을 택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주지역 국회의원은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지난 7월 12일 도의원선거구 획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고 여론조사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지역구 의원 수를 2명 늘리고, 비례대표 수를 축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지역구 도의원을 증원하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방안을 담은 의원 입법은 동조하는 의원들이 적어 중단됐다.
결국, 공은 다시 지역구를 나누고 합하는 선거구 조정의 책임이 선거구획정위로 넘어갔고, 부담을 느낀 선거구획정위 위원들이 사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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