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단비 아닌 폭우…날씨 변덕에 복숭아 '우수수'

입력 2017-08-24 10:02
수정 2017-08-24 10:14
가뭄 끝에 단비 아닌 폭우…날씨 변덕에 복숭아 '우수수'

6∼7월 가뭄 이어 8월엔 폭우…"올해 농사 망쳤다"

(영천=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날씨 때문에 올해 복숭아 농사는 망쳤습니다."

경북 영천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A씨는 24일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를 보며 고개를 떨궜다.



올여름 극심한 가뭄과 폭우가 잇따르며 수확을 앞둔 영천, 청도, 경산 등 경북지역 복숭아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농업기술원 청도복숭아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6∼7월 평균기온은 25도로 평년보다 1.5도 높다. 강수량은 150㎜로 평년보다 35% 적었다.

그러나 이달에는 강수량이 240㎜로 평년보다 50% 늘면서 강수량 편차가 커졌다.

이 때문에 가뭄으로 수분을 잃었다가 갑자기 많은 비를 맞은 복숭아가 썩거나 물러져 나무에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빗물을 먹은 꼭지가 물러져 낙과 피해는 더 확산할 것으로 A씨는 우려했다.



일부 과수원에는 맨땅을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복숭아가 널브러져 있다. 썩은 복숭아 주변에는 벌레가 들끓고 악취가 났다.

A씨는 "매일 떨어진 복숭아를 치우지만 돌아서면 또 셀 수 없을 만큼 떨어져 처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나무에 힘겹게 붙어있는 복숭아도 물을 먹어 당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수확한다 해도 상품성이 떨어져 수확을 포기하려는 농가가 많다고도 했다.



그는 "곤충과 벌레가 꼬이면 멀쩡한 복숭아에도 피해가 있다"며 "지난해 수확량 반도 안 될 지경이다"고 울상지었다.

청도복숭아연구소 관계자는 "수확 전 낙과 피해를 막으려면 배수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가물면 풀을 짧게 깎고 비가 많이 내리면 풀을 길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배수가 안 되는 과수원은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며 빗물이 땅에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밭에 비닐 등을 깔아 예방할 것을 조언했다.

psyki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