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에 결혼식 날 추방명령한 뉴질랜드

입력 2017-08-24 07:33
불법체류자에 결혼식 날 추방명령한 뉴질랜드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에 불법 체류 중인 인도 남자가 결혼식 날 추방명령을 받았다고 뉴질랜드 헤럴드가 24일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 거주하는 인도 출신 수크윈더 싱(23)이 지난 22일 캐롤린 메이시(30)와 결혼식을 올리려고 준비하다가 뉴질랜드 이민국 직원들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다.

학생비자로 입국한 싱은 비자 기간 만료로 불법 체류자가 됨에 따라 뉴질랜드 체류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몇 개월째 투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싱이 메이시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의 진실성을 보여줌으로써 체류허가를 받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준비가 한창인 결혼식 날 아침 이들이 사는 집에 이민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장기 불법 체류자인 싱을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메이시는 "검은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현관에 나타나 '싱을 데려가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오늘이 우리 결혼식 날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사정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싱은 이민 당국이 자신을 구류 상태에 두고 이번 주말 인도로 출국시키려 했다며, 이에 절충을 통해 결혼식을 예정대로 올리되 25일까지 항공권을 예약하고 다음 달 5일까지 출국하기로 타협했다고 전했다.

2014년 1월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학생비자로 뉴질랜드에 입국한 싱은 같은 해 10월 여섯 살짜리 아들을 둔 메이시를 페이스북에서 만나 교제하다 2015년 1월부터 사실혼 관계에 들어가 함께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싱은 지난 3월 이민국에 배우자 부문 취업비자를 신청했으나 퇴짜맞았다.

싱은 메이시와 사실혼 관계라는 사실을 증명할 고지서, 임대계약서, 추천서 등을 제출했으나 이민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헤럴드는 싱의 입국 목적이 공부를 마치고 일자리를 얻어 영주권을 신청하겠다는 것이었는 데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배우자 부문 비자를 신청함으로써 두 사람 관계가 의심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금전적 의존관계나 페이스북 기록, 친밀감이 부족해 보이는 사진 등에 대한 설명에서도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 이민국 지역 담당관 데이브 캠벨은 싱의 신청서가 비자를 내줄 수 있는 배우자 부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거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식 날 남편의 추방명령을 지켜본 메이시는 남편을 따라갈까 생각하고 있지만 아들의 교육 문제, 언어 장벽, 자신의 건강문제 등 고려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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