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성향 영화감독 거액 횡령 혐의로 가택연금(종합)

입력 2017-08-24 00:21
러시아 야권 성향 영화감독 거액 횡령 혐의로 가택연금(종합)

'빅토르 최' 영화찍던 세레브렌니코프…"야권 정치탄압" 비판 제기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 시절 러시아 록음악의 '전설’빅토르 최의 삶을 다룬 영화를 제작하던 야권 성향의 현지 유명 예술 감독이 횡령 혐의로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만니 구역법원은 23일(현지시간) 정부의 지원을 받은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6천800만 루블(한화 약 1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모스크바 '고골 센터' 극장 예술감독이자 영화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47)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세레브렌니코프는 10월 중순까지 약 2개월 간 가택연금 상태에 있게 됐으며 작품 활동도 할 수 없게됐다.



법원은 횡령 혐의로 함께 체포된 다른 피의자들과 증인 등의 진술에 근거할 때 세레브렌니코프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유명 영화감독, 작가, 언론인, 극장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수십 명이 집단 보증을 서겠다고 나섰지만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판결 이후 법원 주위에 모인 지지자들은 "수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반발했고, 변호인은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레브렌니코프도 그에 대한 혐의가 "황당무계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향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세레브렌니코프는 연극·오페라·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권위주의 등을 비판해 왔다.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빅토르 최의 젊은 시절 삶을 조명하는 영화를 촬영 중이던 그는 지난 22일 체포돼 모스크바 연방수사위원회로 이송된 바 있다.

일각에선 그에 대한 사법 조치를 내년 대선을 앞둔 야권 인사 탄압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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