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을 '마지막 돔'에서 침묵케 한 넥센 김성민
돔에서 강한 이승엽, 홈에서 강한 김성민에 '아쉬운 고별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돔을 좋아한다"던 이승엽(41)이 마지막 돔 경기에서 침묵했다.
넥센 히어로즈 좌완 김성민(23)의 호투에 가로막혀서다.
김성민은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넥센의 5-1 승리를 이끈 김성민은 시즌 3승(1승 1홀드)째를 수확했다.
김성민은 SK 와이번스의 촉망 받는 신인 투수였다가 올해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꾸준히 선발 기회를 받은 김성민이 6이닝을 넘긴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 가운데 무실점 경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김성민은 이날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 신기록도 세웠다. 지난달 23일 kt wiz전과 29일 삼성전에서 기록한 6탈삼진이 기존 최다였다.
김성민에게 이날 등판은 다소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특별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바로 한국 프로야구 타자의 전설로 기록될 이승엽이 고척 스카이돔에서 마지막으로 경기하는 날이었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 전 인터뷰에서 돔구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프로야구(지바롯데 마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뛰면서 돔구장을 먼저 경험했다.
요미우리와 오릭스는 도쿄돔, 교세라돔 등 돔구장을 홈으로 쓰기도 한다.
이승엽은 "돔을 좋아한다. 원래는 싫어했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조명이 어둡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적이 안 좋았는데, 조금씩 적응되니 편해졌다. 좋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고척돔도 사랑했다.
이승엽은 지난 두 시즌 동안 10개 구장 중 고척에서 가장 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승엽은 올 시즌 고척에서 타율 0.407(27타수 11안타)을 기록했다. 2루타 4개, 3루타 1개 등 장타도 많았다.
작년에도 고척에서 가장 잘했다. 타율이 0.452(31타수 14안타)에 달했다. 이 가운데 5안타는 2루타 2개, 홈런 3개로 장식했다.
하지만 마지막 고척 경기에서는 김성민의 호투에 가로막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첫 타석인 2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을 골라 나갔다. 2사 후 강한울의 우전 안타에 3루까지 갔으나 이지영의 땅볼에 이닝이 끝나면서 점수로 연결하지 못했다.
4회 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온 이승엽은 좌익수 뜬공으로 잡혔다.
6회 초에는 1사 2, 3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섰으나 유격수 뜬공에 그쳐 타점 생산에 실패했다.
김성민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인 8회 초 이승엽은 2사 1루에서 고척 마지막 타석을 맞았다.
상대 투수 윤영삼의 폭투에 상황은 2사 2루가 됐다. 이승엽은 윤영삼의 포크볼에 방망이를 헛돌려 삼진이 됐지만, 공이 포수 뒤로 빠지는 낫아웃 상황이 되면서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진 2사 1, 3루에서 조동찬이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뽑았다.
이승엽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삼성팬은 물론 넥센팬의 응원과 박수를 받아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이승엽에게 씁쓸한 고척 고별전을 만든 김성민의 고척 성적도 눈에 띈다.
김성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고척 홈에서는 13경기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8로 호투했다. 반면 원정에서는 13경기 1승 평균자책점 7.27로 부진했다.
김성민은 "고척돔 승률이 좋은 이유는, 홈경기여서 홈팬들이 많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다. 순위권 다툼 상황에서 연승을 이어나가 기분이 좋다"며 "1회 때 좋지 않으면 안 좋은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에 1회에 더 신경 써서 던졌다. 리듬도 좋았다"고 승리 비결을 돌아봤다.
개인 최다 탈삼진에 대해서는 "의식했다기보다는 한 타자 한 타자 간절한 마음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