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보고서 "원세훈 원장 재임시 국정원요원 약 10명 자살"
元측 "헛소문"…국정원 사정 밝은 與인사 "보직배제·부당대우 등 스트레스 심해"
정확한 진상규명 작업 필요…국정원 개혁발전위 새롭게 들여다 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장용훈 임형섭 박경준 이동민 기자 =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이 기간에 약 10명의 국정원 요원이 자살을 했다는 내용이 국제 비영리기구 보고서에 실렸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 보고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논란과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안이어서 당국 차원의 정확한 진상규명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브뤼셀 소재 분쟁예방 비영리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에 따르면 ICG는 지난 2014년 8월5일 '한국 정보기관 병적증상의 위험성(Risks of Intelligence Pathologies in South Korea)'이라는 보고서에서 "ICG가 인터뷰한 또 다른 소식통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의 사기가 곤두박질쳐 약 10명의 국정원 요원이 자살을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원세훈 전 원장이 정보기관 수장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비판하는 보고서 본문의 22쪽 하단 각주에 실려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 앨러배마 주(洲) 소재 트로이대학의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인 대니얼 핑크스턴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약 10명 자살'을 언급한 소식통이 국정원 내부자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국정원 내부자들과 긴밀히 접촉하는 사람으로서 "과거 그와 접촉해본 바로는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직이 갑자기 바뀌거나 부당하게 대우를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해져 자살한 사람이 여러 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자살은 아니어도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 사람들도 많다"며 "(사망한 사람이) 10명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소식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기업무 배제 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사람이 수명에 달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요원들이 당시 자살한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원 전 원장의 재임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어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과 분석작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직무연관성으로 인해 자살한 직원이 있었을 경우 충분한 보상이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 전원장 측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헛소문이며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일축하고 "원 전원장은 국정원에 있을 때 일을 정말 많이 했고 여러 분을 적재적소에 자기 전공분야를 갖게 해드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원 전원장 측은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원 전 원장이 재임할 때 인사를 굉장히 잘했고 조직 내부도 좋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살했다면 왜 당시 신문에 나지 않았겠느냐. 조직 내부에서 불만이 많았다면 원 전 원장이 장기간 재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정보기관의 인원과 신변문제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달 24일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받았으며 오는 30일 선고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민간인 댓글부대' 활동과 관련한 일부 조사결과를 넘겨받아 전면 재수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ICG 보고서를 통해 원 전 원장을 둘러싸고 정치·선거개입과는 다른 새로운 논란거리가 등장함에 따라 현재 국정원 개혁작업을 이끌고 있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를 새롭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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