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시달리다 뇌출혈 사망 택배 기사 업무 관련성 인정
부산고법 "근로복지공단, 유족에 급여·장의비 지급해야"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택배 기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뇌출혈로 숨졌다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행정2부(손지호 부장판사)는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근로복지공단이 A 씨 유족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50대 초반으로 물류회사에서 화물 상·하차와 야간 화물트럭 운전을 하던 A 씨는 트럭에 물건을 싣는 작업을 하다가 2014년 9월 15일 오후 9시 30분께 트럭 위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이틀 뒤 '자발성 뇌출혈'로 숨졌다.
키 173㎝, 몸무게 55㎏으로 다소 왜소한 A 씨는 100㎏ 이하 화물을 차에 싣고 내리는 작업과 야간에 트럭운전을 하는 일을 1주일에 56∼60시간 정도 했다.
A 씨는 3인 1조로 작업을 했지만 동료 2명이 퇴사한 후에도 인원보충이 이뤄지지 않아 혼자서 물류 상·하차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숨지기 하루 전날 일요일이었는데도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30분까지 일했다.
추석 연휴가 끝난 2014년 9월 11일부터 배송량이 크게 늘었고 A 씨가 쓰러진 날에는 배송량이 일일배송량으로 가장 많은 1천547개를 기록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 업무가 뇌혈관의 정상적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유발할 만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의학적 소견이 A 씨 업무와 뇌출혈 사이의 의학적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가 동료 직원의 사직과 일일배송량 증가 등으로 업무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지속적인 과로에 시달리다가 중량물 상차작업 과정에서의 격무로 인해 기존 질환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쓰러진 것으로 미뤄 판단할 수 있으므로 A 씨 업무와 뇌출혈로 인한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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