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3사 뒤늦은 계란값 인하 경쟁…소비자 반응 '싸늘'
산지 도매가 25% 폭락했는데 소매가는 고작 7.2∼12.5% 내려
이마트 먼저 내리자 홈플러스·롯데마트 허둥지둥 인하 동참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23일 일제히 계란 소비자 가격을 내렸지만 소비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로 계란 산지가가 25%나 폭락했지만 대형마트 3사의 소비자가 인하폭은 10% 안팎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서로 눈치를 보다가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뒤늦게 인하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일단 '총대'는 업계 1위 이마트가 멨다.
이마트는 애초 산지가 하락 추세를 반영해 전체 계란 핀매 가격의 기준이 되는 알찬란 30구(대란 기준) 소비자가를 23일부터 기존 6천980원에서 6천880원으로 100원 내리겠다고 밝혔다.
판매가를 1.43% 내린 것이다.
하지만 도매가 하락폭에 비해 터무니 없이 작은 소비자가 인하폭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23일 오전 급하게 인하폭을 500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수정 고지했다.
더 가관인 것은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태도였다.
22일 오후까지만 해도 인하 계획이 없다던 홈플러스는 23일 오전 업계 1위 이마트의 가격 인하 사실이 보도되자 그제서야 "실은 어제 늦게 가격 인하가 결정됐다"며 뒤늦게 계란 30개들이 한 판의 가격을 1천10원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 판에 7천990원이던 홈플러스의 계란 판매가는 6천980원으로 뚝 떨어졌지만 이 업체는 원래부터 가격 자체가 이마트보다 1천원 가까이 비쌌기 때문에 내린 가격도 이마트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롯데마트 역시 22일 저녁까지도 계란값을 당장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23일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잇따라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처음에는 6천980원인 계란 한 판 가격을 6천780원으로 200원 '찔끔' 내리겠다고 했다가 이마트와 홈플러스에 비해 너무 작은 인하폭이 걸렸는지 2∼3시간 뒤 인하폭을 600원으로 수정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경쟁사인 이마트보다 딱 100원 싼 가격까지 내린 것이어서 '생색내기용'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대형마트 3사가 계란 소비자가를 6천원대 중후반까지 내렸지만 계란 가격은 여전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전인 지난해 11월 초보다는 비싸다.
산지 도매가는 이미 AI 발생 이전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AI 발생 전인 지난해 11월 10일 계란 산지 도매가는 개당 171원이었고, 당시 이마트의 알찬란 30구 소매가는 5천980원이었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계란 도매가는 지난 22일 기준 127원까지 폭락해 AI 이전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지만 이마트 판매가는 6천480원으로 AI 이전보다 8.4% 비싸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역시 산지 도매가는 크게 떨어졌지만 마트 판매가는 AI 이전보다 10% 안팎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AI 발생으로 산지 도매가가 급등하자 발빠르게 소비자가를 올렸던 대형마트들이 도매가가 떨어질 때는 미적미적대며 생색내기용으로 '찔끔' 내리는 약삭빠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부 안 모(37·경기 고양시) 씨는 "산지 도매가 하락세를 보면 소비자가도 진작 AI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어야 하는데 고작 몇백원 내렸다"면서 "양계농가나 중간 유통상도 문제지만 대형마트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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