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코리아패싱·통미봉남은 없다…정치적 공격 용어"

입력 2017-08-23 14:49
류길재 "코리아패싱·통미봉남은 없다…정치적 공격 용어"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23일 '코리아패싱(한반도 관련 논의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이나 '통미봉남(북한이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것)'과 같은 용어는 정치적으로 다른 진영이 서로 공격하려고 만들어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류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실과 통일연구원이 공동주최한 '한국 주도의 통일·대북정책' 세미나에서 "누가 어떤 맥락에서 코리아패싱이나 통미봉남과 같은 용어를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북한이 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따지고 보면 결국 이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다른 진영을 공격하는 데 쓰이는 것"이라며 "보수가 진보에, 진보가 보수에 너희처럼 그렇게 정치를 하면 코리아패싱이나 통미봉남이 온다는 식(으로 활용한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이해하는 바로는 코리아패싱이나 통미봉남과 같은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통일장관 재직 시절에도 이런 현상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는 문 대통령의 지난달 국무회의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의 워딩(말)으로는 사실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현실적인 국제정치에 대한 인식을 솔직히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적어도 내부에서 팀워크를 가지고 소통하며 일한다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바꿀 수 있는 모멘텀(동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 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그는 "박근혜 정부는 이 점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다"며 "내가 열심히 대통령을 도와 그런 일들을 해냈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반성이 든다"고 회고했다.

이밖에 그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통일정책·담론·교육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통일 대박론이 극단적으로 양분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 수준으로 통일은 역경의 과정이자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며 현 정부가 평화와 양립하는 통일담론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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