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살충제 달걀' 이어 이번엔 '간염 소시지' 파문

입력 2017-08-23 11:06
수정 2017-08-23 14:35
유럽서 '살충제 달걀' 이어 이번엔 '간염 소시지' 파문

오염된 돼지고기로 만든 가공품에 영국인 수천명 E형간염 감염

네덜란드·독일산 돈육으로 소시지 만든 영국 수퍼마켓이 주범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에 이어 이번엔 '간염 바이러스 소시지' 파문이 일고 있다.

유럽 전문 매체 유랙티브 등에 따르면, 영국보건국(PHE) 조사 결과 근년 들어 영국에서 E형 간혐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하는 주원인이 수입산 돼지고기와 이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 등 육가공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영국의 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이 주로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수입한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와 슬라이스 햄이 주범으로 지목됐으며, 이로 인해 그동안 수천 명이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국은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중 영국 밖으로 여행한 일이 없는 60명을 무작위로 선정, 생활방식과 구매습관 등을 추적 조사해 이같이 결론지었다. 이들이 감염된 특정 유형의 바이러스는 영국 돼지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종류다.

해외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 중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영국인 수가 2010년엔 368명이었으나 2016년엔 1천243명으로 급증했다.

영국 보건국은 문제의 슈퍼마켓 이름을 '슈퍼마켓 엑스(X)로 익명처리해 발표했으나, 네덜란드 언론이 이는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테스코'라고 보도했다.

테스코 측은 아직 이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도 진위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유랙티브는 전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 판매되는 간(肝) 소시지와 파테(고기 등을 다지거나 갈고 양념해 빵 등에 발라먹게 만든 제품) 80%에선 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네덜란드의 보건 및 식품 전문 웹사이트 '푸드로그'는 밝혔다.

네덜란드 미생물학자들은 제대로 위생 처리가 안 된 돼지 피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것이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유럽 각국은 '살충제 달걀' 사건에 이어 터진 '간염 바이러스 소시지'가 어디까지 확산할 것인지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 특히 두 사건 모두 관련된 것으로 나타난 네덜란드 축산 농가와 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금지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함유된 네덜란드산 달걀 사건은 당초엔 이달초 독일에서 시작됐으나 이후 이 달걀 수입국이 유럽에서만 17개국인 것으로 확인되며 파문이 확산했고, 유사한 사건이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 E형 간염 = 간염의 한 종류로 E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음식 등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되고 옮기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대부분 경미한 증상을 앓거나 감염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간 손상과 간부전, 신경손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E형 간염은 아직 예방 백신이 없으며, 치료는 면역글로불린 등을 이용한다.

영국 보건당국은 적절하게 조리한 돼지고기로 인한 감염 위험은 매우 낮다면서돼지고기와 그 가공제품은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으라고 당부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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