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효과로 빚어낸 화려한 영상의 향연…영화 '발레리안'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만화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1967년 프랑스에서 연재되기 시작한 SF 만화다.
28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천 개의 행성으로 이뤄진 도시의 중심 '알파'를 지키기 위해 시공간을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 발레리안과 로렐린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제5원소', '루시' 등을 만든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이 이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SF영화다.
열 살 때 이 만화를 처음 접한 베송 감독은 서로 다른 생김새를 지니고 다른 언어를 쓰는 3천여 종의 외계 종족이 어우러져 산다는 세계관에 매료돼 이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꿈을 오래전부터 지녀왔다고 한다.
기술이 만화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선뜻 영화화에 나서지 못했던 베송 감독은 '아바타'를 보고 어떤 상상력도 스크린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영화는 수천 종의 외계인이 공존하는 28세기의 초대형 우주정거장 알파스테이션을 배경으로 한다. 우주 연방정부 특수요원인 발레리안(데인 드한 분)과 로렐린(카라 델러비인)이 30년 전 사라진 행성 '뮐'의 마지막 남은 생명체인 컨버터를 회수해오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발레리안'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과 엄청난 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의 대결을 그리는 기존 SF영화들의 고정관념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외계 종족인 진주족을 학살하고 이들의 행성을 파괴하는 것은 인간이다. 진주족은 자신들의 평화를 앗아간 인간을 적대시하지 않고 포용하는 이상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주인공 발레리안과 로렐린도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투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가득 찬 상관에 맞서 진주족을 보호하면서 '사랑', '평화' 등의 가치를 수호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컴퓨터그래픽(CG)과 각종 특수효과를 동원한 화려한 영상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을 배경으로 진주족이 뛰노는 아름다운 뮐 행성, 거대하면서 정교한 우주정거장, 저마다 다양한 생김새를 지닌 외계 종족….
2천399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CG로 구현한 27세기의 풍경은 기존의 SF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채롭고 독특한 색감을 선보이며 눈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영상에 비해 스토리 전개의 응집력이나 흡인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수천 종의 외계 종족이 어울려 사는 27세기를 화려한 비주얼로 구현하기 위해 너무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볼거리를 위한 장면들을 과하게 삽입해 이야기의 큰 흐름을 오히려 방해한다. 팝스타 리아나가 겉모습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버블' 역으로 등장해 클럽에서 공연을 펼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을 맡은 데인 드 한과 모델 출신 연기자 카라 델러비인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도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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