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유혈 마약전쟁' 역풍…반대세력 결집·책임론 확산
군경단체 퇴진론에 일부 각료도 10대 사살사건 책임자 처벌 촉구
(마닐라=연합뉴스) 이아람 통신원 = 최근 유혈 마약전쟁을 독려하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단속 경찰의 10대 용의자 사살사건을 둘러싼 반발 여론에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국방·교육 등 일부 각료들도 경찰의 무리한 대응을 지적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데 이어 필리핀 군과 경찰 단체를 자처하는 일부 조직이 퇴진을 요구하며 두테르테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숨진 10대 용의자 시신의 부검 결과 경찰의 '고의적인' 사살로 드러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에 반대하는 군과 경찰청 관계자들의 모임인 '애국민주운동(PADEM)'은 그의 퇴진을 촉구하는 한편 군과 경찰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퇴진운동에 나서줄 것을 종용하고 있다.
PADEM은 두테르테가 군과 경찰을 사병화, 마약조직 우두머리를 비호하고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중국인 사업가들과 친인척, 주변 인사들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마약전쟁을 수행하는 경찰의 초법적 살인에 대한 해명 요구와 함께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이에 필리핀군 수뇌부가 긴급 성명을 통해 PADEM과의 연계를 부인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상황도 벌어졌다.
필리핀 군은 성명에서 PADEM을 수상한 단체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근거없고 부적절"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방장관 등 일부 각료가 경찰의 10대 사살 사건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층 복잡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마약단속 경찰이 최근 10대 용의자를 사살한 사건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책임을 져야한다며 경찰의 무리한 대응을 강력히 비난했다.
로렌자나 장관은 성명에서 "해당 소년이 불법 마약의 이용과 밀매에 연루됐는지 여부를 떠나 그런 식으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깅조했다.
앞서 레오노르 비이로네스 교육장관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비난했다.
또 상당수 의원들도 이번 사건과 최근의 잇단 사살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리핀의 전통 우방인 미국의 성김 대사 역시 델로스 산토스 군 사살사건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성김 대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의 유족들과 친구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조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이 이뤼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살된 10대 용의자의 시신을 부검한 검찰측 법의학 관계자가 고의적인 총격이 직접 사인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어윈 에르프 검찰(PAO) 법의학 자문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부검과 탄도 조사 결과 숨진 델로스 산토스가 엎드려있는 상태에서 총격을 받았으며 총격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게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델로스 산토스가 단속팀에 총격을 가해 응사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영상을 분석한 결과 그가 경찰 2명에 의해 한 곳으로 끌려가 살해된 것으로 드러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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