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러스트벨트' 골머리…국고 쏟아부어 부활 모색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 이후 주요 산업도시들이 쇠락하자 중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22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성 선양 등 주요 산업도시들은 제조업의 쇠퇴에 맞서 첨단 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신문은 이런 조치가 쇠락한 공업도시를 되살리려는 정부의 과감한 승부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빚에 허덕이는 공장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NYT가 예로 든 선양의 기존 산업단지에도 이런 공장들이 수두룩한데 이들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러스트벨트(쇠락한 산업지역)를 연상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스트벨트를 되살리고자 이 지역 기업들의 세금을 감면하고 떠나갔던 공장들을 다시 유치하고자 자유무역협정(FTA)개정을 시도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장려책을 도입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양은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첨단기술기업들에 최고 700만달러(약 79억4천500만원)를 지원하고 일부 기술기업에는 3만달러(약 3천4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며 법인세율을 인하해주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독일 첨단장비제조산업단지의 경우 입주 기업에는 부지 매입비용을 30% 인하해주고 각종 규제를 간소화했다.
이런 방식으로 선양 산업단지는 2015년 문을 연 이래 140개가 넘는 공장이 들어섰거나 입주를 준비 중이고 총 60억(약 6조8천억원)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양 지방정부는 지역 내 대학 졸업생들이 선양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금도 제공하고 있다.
NYT는 선양 소재 '중국-독일 첨단장비제조산업단지'에서 지난해 문을 연 BMW 차량 부품 제조공장을 사례를 소개했다.
일자리 200여개를 만들어낸 이 공장은 선양의 산업을 되살리고자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가 내놓은 원대한 계획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에는 허점도 있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에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자 실제 이 지역에서 사무실을 열거나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 없는 기업들도 몰리고 있지만 이런 유령 업체들을 가려낼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산업을 살리기 위한 이런 노력은 선양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 자오시쥔 교수는 "중국 내 모든 성과 도시가 투자와 스타트업 유치 정책을 갖고 있다"며 "만약 북동부 도시들이 똑같은 정책을 펼친다면 이미 앞서있는 다른 도시들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결과적으로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 못지않게 쇠락한 산업지역을 부활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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