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던 평가 방식 부활할까…해경 내부 '전전긍긍'
해경 직원들 새 업무평가 마련 앞두고 과거 불만 토로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세월호 참사 후 조직이 해체된 지 2년 8개월 만인 지난달 해양수산부의 독립 외청으로 부활한 해양경찰청의 내부에서 과거 악명 높던 업무성과평가(BSC)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은 2천 년대 중반 중앙 부처로는 처음으로 성과관리시스템(BSC)을 시행했다.
BSC는 '균형 잡힌 점수카드'라는 의미인 영어 'Balanced Score Card'의 약자로 과거 시행 초기에는 '성과관리시스템'으로 불리다가 '업무성과평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영어 약자는 그대로여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BSC 평가'로 불렸다.
해경은 BSC를 도입할 당시 해상치안 전 분야의 업무를 수치로 계량화해 부서나 직원끼리 상호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했다.
2005년 당시 BSC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혁신을 선도하는 부처'라는 강한 인상을 남긴 해경청은 창설 52년 만에 차관급 기관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해경 고유의 업무성과 평가시스템인 BSC는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같은 해 11월 조직이 해체되면서 사라졌다.
이후부터는 신설된 국민안전처가 마련한 '성과평가 기본계획'에 따라 부서와 개인 평가를 50 대 50으로 합산한 뒤 S등급부터 C등급까지 4단계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해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지난달 해수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부활했지만, 국무조정실의 정부업무평가 지표와 관련한 시행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과거 안전처의 성과평가 계획을 일선에 계속 적용하고 있다.
해경 내부에서는 조직 부활과 함께 새로운 업무성과 시스템이 마련될 텐데 과거 직원들을 쥐어짜던 BSC나 그에 버금가는 제2의 BSC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한 해경 직원은 최근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해경 부활과 함께 수사·정보 기능이 강화됐지만 정작 정보과 근무를 지원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이유를 과거 BSC 탓으로 꼽았다.
이 직원은 해당 글에서 "정보는 사람과의 관계가 생명인데 약 3년간의 정보 기능 공백으로 (해경의) 정보 수집 루트가 거의 단절됐다"며 "부랴부랴 정보 경력자들을 수배해 보지만 능력 있는 경력자들은 거의 정보계 복귀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얼토당토않은 평가방식이던 BSC 때문"이라며 "본청 정보 보고서에 등재돼야만 점수를 얻을 수 있고 그 점수로 경찰서와 정보관들을 경쟁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BSC가 본청 정보계의 입맛에 맞는 정보 거리를 찾느라 정작 담당구역의 기초 정보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평가시스템이었고, 결국 정보관들은 해경안전센터나 함정으로 내몰렸다고 했다.
다른 해경 직원도 댓글에서 "BSC 실적을 채우려고 70세가 넘은 생계형 어민들을 단속했다"며 "실적압박이 말도 못하니 안 잡을 수도 없고 지역에서는 욕은 욕대로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 짓 1년 하면 지역사회에서 (해경은) 매장당한다"며 "BSC를 다시 시행하면 이 조직의 미래는 없다"고도 지적했다.
과거 BSC는 유류비를 절감한다는 이유로 함정마다 기름을 절약한 정도를 평가해 점수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자주 순찰하는 함정이 오히려 성과 점수에서 감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해경은 올해 9월 말께 국무조정실의 시행계획이 확정되면 새로 독립한 해경청에 맞는 새로운 성과평가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해경청 관계자는 "모든 해경 직원이 공직자로서 바른 가치관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 성과평가 기준 자체가 없어도 된다"며 "그렇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이런 평가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경의 새로운 업무성과 평가시스템을 올해 안에 마련할 것"이라며 "최대한 일선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간소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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