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행적 논란 '윤이상' 이름 고향 통영서 살아날까

입력 2017-08-22 15:59
수정 2017-08-22 16:53
이념·행적 논란 '윤이상' 이름 고향 통영서 살아날까

통영시의회, 내달 11일 '윤이상 기념공원' 명칭 변경 조례안 상정



(통영=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은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념과 행적 논란 속에 그의 이름은 오히려 지워져 갔다.

통영시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도천동 생가터에 2010년 지은 도천테마파크를 애초 '윤이상 기념공원'으로 부르기로 했지만, 이념 논란에 휩쓸려 그 명칭을 사용하지 못했다.

도천테마파크에는 윤이상이 다루던 악기 등 유품 148종 412점이 전시돼 있다.

2013년 문을 연 통영국제음악당 명칭도 원래 '윤이상 음악당'이었다.

이렇듯 하나 둘 지워진 윤이상이란 이름을 다시 찾자는 움직임이 최근 통영에서 일고 있어 주목된다.

통영시의회는 내달 11일 열리는 제181회 임시회 2차 본회의 때 '통영시 도천테마파크 설치 및 관리운영 조례안' 일부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도천테마파크'란 현 명칭을 '윤이상 기념공원'으로 바꾸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통영국제음악제 시민 서포터즈인 '황금파도'가 도천테마파크를 윤이상 기념공원으로 개칭해 달라며 지난 7일 통영시의회에 건의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단체는 통영국제음악당 내 콘서트홀을 '윤이상홀'로 바꿔 줄 것도 건의했다.



이들은 "윤이상 선생의 이름이 부여돼야 할 곳에 엉뚱한 이름이 붙으면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어 건의서를 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통영시의회 기획총무위원회는 지난 21일 임시 위원회를 열고 기획총무위원회 발의로 개정 조례안을 본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기획총무위원회는 이번 회기에 도천테마파크 명칭 변경 건만 상정하기로 했다.

윤이상홀과 윤이상 음악당 명칭 변경은 의회 내 여론을 형성해 추진할 계획이다.

개정 조례안이 통과될지는 본회의를 지켜봐야 한다.

통영시의회 13명의 시의원 가운데 8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도천테마파크와 통영국제음악당 명칭 확정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윤이상' 명칭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획총무위원회 김미옥(자유한국당) 의원은 "도천테마파크와 통영국제음악당의 원래 명칭인 윤이상기념공원, 윤이상음악당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선생의 친북 이념 논쟁 때문이었다"라며 "우리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아직 그런 이념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생의 이름을 넣는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이상 이름 찾기는 지난달 G20 정상회담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선생 묘소에 고향의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 비롯됐다.

통영에서 동백나무가 청와대로 전달된 뒤 윤이상을 재조명하고 이름을 되찾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윤이상의 이름을 되찾는 개정 조례안 상정은 배윤주(더불어민주당) 기획총무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위원장은 "친북 논쟁을 떠나 고향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와 그의 음악적 유산을 기리기 위해 도천테마파크 명칭이 윤이상 기념공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shch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