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 앓으며 '제주∼춘천' 통학…늦깎이 졸업생 눈길
메니에르병으로 휴·복학 거듭한 손기옥씨, 9년 만에 한림대 대학원 졸업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투병과 장거리 통학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9년 만에 석사모를 쓰는 졸업생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한림대학교 보건과학대학원 언어병리학과 석사 학위를 받는 손기옥(46·여)씨다.
손씨는 투병으로 휴학과 복학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석사모를 쓰게 됐다.
22일 한림대에 따르면 손씨는 1994년 대학에서 언어치료학을 전공하고 제주도 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입사했다.
복지관에서 15년 동안 장애인들을 돌본 손씨는 2009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언어치료실을 열었다.
하지만 심화하는 임상현장에 대비하고 배움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갈증을 느끼고 같은 해 언어병리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한림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국토의 남쪽 끝 제주도에서 북쪽 끝에 가까운 강원도 춘천까지 험난한 장거리 통학을 결정했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병마가 그를 괴롭혔다.
병세가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지병 '메니에르병'이 심해졌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러움, 청력 저하, 이명, 귀 충만감(귀가 꽉 차거나 막혀 있는 느낌) 등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보통 20분 이상 심한 어지러움이 계속되기도 하는데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병마는 대학원 진학을 후회하게 할 만큼 재학 기간 내내 손씨를 괴롭혔다.
제주에서 김포공항을 거쳐 춘천으로 매주 하루 또는 이틀을 통학해야 하는 강행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역경도 손씨의 배움에 대한 의지와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휴학과 복학을 거듭했으나 태풍으로 제주도에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이상 학위과정 2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결석도 없었다.
손씨는 논문이 최종 통과돼 23일 그토록 원했던 석사 학위를 받는다.
그를 지도한 고도흥 교수는 "일반인에게도 버거운 원거리 학업을 지병과 싸워가며 이뤄낸 열정에 의지와 박수를 보낸다"며 "계속해서 값진 도전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중수 총장도 "남다른 의지와 학업에 대한 열정이 한림인들에게 귀감이 되길 바란다"며 학위수여식에서 특별상을 주기로 했다.
손씨는 "배움을 바탕으로 임산현장에서 이해와 신뢰를 높여나가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관련 분야에서 더 깊이 있는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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