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권운동가 장톈융, 체제전복혐의 인정…인권단체 "강압 진술"(종합)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저명 인권운동가 장톈융(江天勇·45)이 재판에서 체제전복 선동 혐의를 인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는 인권활동가 등을 돕다가 올해 5월 말 체제전복 혐의로 기소된 장톈융은 이날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중급인민병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했다.
변호사였던 장톈융은 미국으로 망명한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인권변호사 가오즈성(高智晟), 티베트 저항운동가, 중국 정부에 의해 탄압받는 기공수련단체 '파룬궁(法輪功)' 활동가 등을 변호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중국 당국이 2009년 그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했다. 하지만 그는 2015년 7월 9일 이른바 '709 검거' 때 중국 당국이 대대적으로 잡아들인 인권활동가들을 돕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에는 창사에 구금된 인권변호사 셰양(謝陽)을 면회하러 갔다가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다.
이후 장톈융의 가족과 변호사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면회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번 재판 소식도 그의 가족과 변호사에게 제대로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에는 장톈융이 '인권변호사 셰양의 고문 폭로는 서방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작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인터뷰를 중국 국영 매체가 내보냈지만, 인권운동가들은 강압에 의한 진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 장톈융은 "나는 내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법을 어긴 것에 대해 후회한다"며 "국가의 이미지를 손상한 것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며, 사법부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사죄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톈융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중국을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3만7천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으며,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200개 이상의 글이 올라왔다.
검찰은 또한 최근 수년간 장톈융이 외국 매체와 148회의 인터뷰를 했으며, 이 가운데 70번이나 체제전복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지지자들의 방청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법원 밖은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했다.
가족과 인권단체는 그의 진술이 강압에 의한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가 선임한 변호사 2명은 중국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관선 변호사 2명으로 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앰네스티의 윌리엄 니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수감 후 변호사와 만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으며,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투옥 후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라며 중국 정부는 이러한 부끄러운 재판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미국으로 피신한 장톈융의 아내 진볜링(金變玲)은 "결혼했을 때부터 나는 그를 쭉 믿어왔다"며 "그들이 제기한 혐의는 그가 약자들을 위해 싸워왔고, 인권을 옹호하는 데 힘썼다는 사실을 돋보이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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