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금보다 로비자금 더 들어…건설업체 끝내 부도
공사 대가로 건설업자에 3억원 받은 미군 부대 한국인 직원 11명 입건
금품 주고 공사 따낸 건설업자 5명도 불구속 입건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건설업체와 짜고 공사를 맡기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미군부대 한국인 직원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한 건설업자는 이들에게 공사 이익금보다 많은 돈을 주는 바람에 자금난으로 부도가 났다고 주장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22일 배임수재 혐의로 대구 미군부대 공병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A(50)씨와 B(42)씨를 구속하고 수도권과 대구 미군부대 공병대 한국인 직원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금품을 주고 공사를 따낸 혐의(배임증재)로 건설업체 4곳 관계자 C(48)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와 B씨는 2011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C씨 등에게 공사를 맡기겠다고 약속하고 금품을 받거나 술값을 대납하도록 했다.
이들이 건설업자에게 받은 금품은 각각 1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에도 다른 미군부대 공병대 한국인 직원 9명은 건설업자에게서 1천만원 안팎의 금품을 받았다.
한국인 직원들은 미군부대 공사를 기획·설계·감독하며 실제로 로비한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겼고 설계변경으로 공사금액을 30%까지 늘려줬다.
경찰은 미군부대 공사가 공개입찰 방식이기는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참여할 수 있는 대형 건설업체가 10여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C씨 등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는 이런 대형 건설업체에서 하도급을 받아 공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저가 공개입찰방식이기는 하지만 C씨 등이 운영하는 하도급 건설업체가 로비를 통해 공사를 따낼 수 있는 구조였다"며 "대형건설업체는 명목상 참여한 뒤 수수료만 남기고 공사를 밑도급업체에 그대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자 C씨는 A씨와 B씨 등 미군부대 직원에게 3억원이 넘는 향응을 제공한 대가로 공사 7건을 따냈다.
C씨는 "공사 이익금보다 많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바람에 자금난으로 부도가 났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다른 건설업체 3곳 관계자 4명도 일정한 금품을 주고 각각 공사 1건을 수주했다.
일부 건설업자는 4인치(약 10.2㎝) 두께로 아스콘을 깔아야 함에도 공사 시공설계와 다르게 2.5인치(약 6.4㎝)로 시공해 이익금을 챙기기도 했다.
김광섭 경북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미군부대 한국인 직원은 호봉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받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 수사 결과를 미군범죄수사대에 통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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