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정책 단기손익 대신 장기관점에서 추진한다(종합)

입력 2017-08-22 18:08
수정 2017-08-22 18:09
정부 R&D 정책 단기손익 대신 장기관점에서 추진한다(종합)

R&D 예타 권한 기재부에서 이관…실패한 연구도 재활용

文 대통령 "5년 아니라 10년·20년 내다봐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신선미 기자 = 정부가 연구개발(R&D) 정책을 단기손익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잠재력과 창의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키로 했다.

과기정통부 이진규 제1차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고삼석 상임위원은 2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핵심정책토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열어 이런 보고와 토의 내용을 전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단기 손익계산보다 잠재력·비전·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R&D) 지원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런 제도 개편은 현행 국가 R&D 사업 예산 배정 절차가 토목·건설·교통 등 다른 분야와 비슷하게 되어 있어 단기 전망과 편익 분석에 치우치고 연구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경향이 크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덧붙여 정부는 R&D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권한을 기재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이관하고 국가 R&D 지출한도는 이 두 부처가 공동으로 설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내에 법 개정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R&D 예타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재부가 맡아 '비용 대비 편익 분석' 등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경제성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잠재력이 큰 기초연구나 원천기술의 R&D 프로젝트는 구상 단계에서 그 파급 효과나 편익을 구체적으로 점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흔하고, 성공 여부도 예견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 때문에 R&D 예타는 다른 분야 사업과는 전향적 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5년 단일 정권 임기 중에 (과학기술정책의) 성과를 내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통 크고 담대한 구상,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중심으로 실제로 연구자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펴 달라"고 과기정통부에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과학기술기본계획이 5년 단위로 수립되는 것은 너무 짧으며 10년 혹은 20년 단위로 수립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부는 기초·원천 R&D는 과기정통부가 담당하고, 특정 산업수요 기반 R&D는 소관 부처가 수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명확한 역할분담 방안은 올해 3분기 중에 마련키로 했다.

또 기존의 관행적 R&D 투자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R&D 사업을 효율화하고, 절감한 재원을 국가 전략분야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아울러 연구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북돋워 도전적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기획→선정→평가→보상'에 이르는 R&D 프로세스 전반을 혁신하는 방안을 3분기에 내놓기로 했다.

여기에는 다수 연구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기획을 활성화하는 내용과,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중시하는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 역량 있는 연구자가 연구비 중단 걱정 없이 창의적인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자유공모 예산을 2배로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23% 수준인 연구비 수혜율을 2022년까지 50%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실패한 연구'를 포함해 모든 연구의 중간 산출물을 후속 연구와 산업의 밑거름으로 삼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R&D 과정의 중간 산출물은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 없이 방치돼 왔으나, 정부는 이를 빅데이터화하고 공개해 연구자들과 기업인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10월까지 마련키로 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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