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사장 "통상임금 확대되면 수당 50%↑…노동시장 분란"(종합)
통상임금 탄원서 제출 관련 "피고 대표로서 의견 낼 자격 있다"
자동차업계 "학계 등 전문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 가동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통상임금 소송을 앞둔 기아자동차[000270] 박한우 사장은 22일 "산업 특성상 야근, 잔업이 많은데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수당이 50%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통상임금소송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런 의견을 밝혔다.
그는 "판결을 존중해 과거(소급) 분을 지급할 수 있지만, 중국·미국시장에서 판매가 저조하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과거 분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며 "(수당이 50% 인상되면) 미래 분도 걱정으로, 기아차가 50% 오르면 현대차[005380](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더 큰 노동시장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통상임금 관련 노동부 지침과 법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하나로 정리해서 불확실성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앞두고 본인 명의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데 대해서는 "피고 대표로서 재판부에 최소한의 사정을 설명하고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지난 18일 재판부에 '신의성실원칙(신의칙)'을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그동안 노사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합의 아래 임금 협상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넣어 소급 지급까지 해달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그의 탄원서에 노조는 반발했고, 이날 현대·기아차 노조가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벌인 상경 투쟁의 한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비용 저효율' 생산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간담회에는 박 사장 뿐 아니라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황은영 르노삼성 본부장, 이정우 영신금속[007530] 사장,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소속 김수욱 서울대 교수, 이지만 연세대 교수,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자동차산업이 30년간 지속된 대립적 노사 관계와 최고의 인건비 부담,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특히 "(법·규정이) 노사 간 교섭력 측면에서 노조에 우월한 힘을 주기 때문에 사업자는 대안이 없고 파업이 관행화하고 있다"며 "현재 노사정 시스템에는 사측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학계와 같은 전문가가 주도하는 노사정 협의 기구를 가동해달라"고 요구했다.
황은영 르노삼성 본부장은 "규제, 노동환경 등이 대승적으로 잘 갖춰져 우리가 비즈니스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김수옥 서울대 교수(자동차산엽학회장)은 "근본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높이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며 "완성차업체들은 많은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한 '자동차산업 글로벌 경쟁력 위기 상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의 내수·수출·생산은 모두 2년 연속 감소했다. 부품 수출 역시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다.
공장가동률도 2014년 96.5%에서 올해 상반기 93.2%로 떨어졌고,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액은 4조 원(34억 달러)로 독일 폴크스바겐의 4분의 1, 일본 도요타의 5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천213만 원으로, 도요타(9천104만 원), 폴크스바겐(8천4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이고, 5개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임금 비중도 12.2%로 폴크스바겐(9.5%), 도요타(2012년 7.8%)를 웃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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