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비판'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두다멜 美 순회공연 무산(종합)

입력 2017-08-22 07:00
'마두로 비판'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두다멜 美 순회공연 무산(종합)

두다멜, 트위터로 취소 사실 알려…"더 나은 조국 위한 싸움 이어가겠다"

두다멜, 정부 지지자서 비판자 선회…후배 바이올리니스트 석방에도 관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내온 구스타보 두다멜(36)의 미국 순회공연이 무산됐다.

두다멜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국 순회공연이 무산돼 가슴이 미어질 듯이 아프다"면서 "더 나은 베네수엘라를 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적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두다멜은 그러나 구체적인 공연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 국립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다음 달 9일부터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4개 도시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는 현재 미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유소년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 출신 음악가인 두다멜은 친정부 입장을 보이다가 지난 5월 엘 시스테마 단원이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정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당시에 페이스북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고 민중의 목소리를 듣기를 촉구한다"며 "'이제 더는 안 된다'(Enough is enough)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두다멜은 더 나아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는 현재의 갈등과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선거 강행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평화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해진 후배 음악가의 석방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지난달 반정부 시위 도중 구금됐다가 지난 15일 풀려난 바이올리니스트 우일리 아르테아가의 석방협상에 두다멜이 관여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돌과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시위현장에서 베네수엘라 전통음악인 '알마 야네라'와 국가를 연주하며 평화를 호소해온 아르테아가는 최근 시위현장서 왼쪽 얼굴을 다치기도 했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8일 TV 방송에 출연해 ""신이 당신(두다멜)을 용서하기를 바란다. 정치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하지만, 윤리의식을 갖고 행동해야지 자신을 기만하면 안 된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두다멜은 오는 10월 다른 베네수엘라 정부 산하 오케스트라와 함께 중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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