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군, 이지스함 사고로 全해상서 작전 일시중단(종합 2보)
종합점검 실시…참모총장 "외부 세력 개입 징후 없다"
"대서양 등 다른 해역서는 없어"…태평양함대 자재ㆍ훈련 부족
(서울ㆍ워싱턴=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이승우 특파원 = 미국 해군은 2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인근 해협에서 발생한 이지스 구축함 충돌 사고와 관련, 전 세계 해상에서 작전 중인 모든 함정에 대해 일시 작전활동 중단 명령을 내렸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제7함대 소속 존 S. 매케인함(DDG-56)이 싱가포르 유조선과 충돌한 이후 이 같은 내용으로 작전 일시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리처드슨 총장은 "이 같은 충돌 사고는 태평양 작전지역에서만 최근 석 달 사이 두 번째"라며 "이러한 추세는 단호한 행동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 산재한 함대 사령관들을 모두 소집해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리처드슨 총장은 국방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고와 관련, 아직 외부나 비우호적세력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우선 필 데이비슨 함대 사령관에게 '종합점검'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함대사령부는 작전 중단 기간에 소속 함정의 관리 상태, 장비 상태, 승조원들의 훈련 숙련도와 배치 실태, 항해와 작전 능숙도, 작전 진행 속도, 배치 빈도 등 기본적인 사항들 집중적으로 측정하고 점검할 계획이다.
해병대 대령 출신의 군사전문가인 스티브 겐야드 전(前) 국무부 부차관보는 올해 들어 4차례나 발생한 이지스함 사고 해역이 태평양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서양이나 지중해 같은 다른 해역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게냐드는 이날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왜 태평양함대에서만 이런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지 해군 당국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런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데도 2개월 만에 또 발생했다"며,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승조원들이 해상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가장 최근에 일어난 피츠제럴드함과 매케인함의 사고 피해액이 수억 달러로 추산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해군연구소(USNI)뉴스는 일본에 전진 배치된 태평양함대 예하 제7함대 소속 함정들이 본토에 모항을 둔 함정들보다 훈련량이 적은 반면 출동 횟수는 더 많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SNI는 유럽과 서태평양에 전진 배치된 미 해군 함정 실태를 담은 2015년 의회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를 인용, 태평양함대가 승조원 훈련과 자재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해외에 모항을 둔 함정들의 작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2012년 이후 승조원 훈련과 자재 여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해외에 전진 배치된 함정들은 미 본토에 모항을 둔 함정들에 비해 전반적인 전투 준비 태세가 악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증가 추세인 함정 전진 배치 수요를 충족하려고 해군은 배치를 늘리고 작전 속도도 높인 반면 훈련과 관리는 단축하거나 아예 없앴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해군은 해외에 모항을 둔 함대에 수상 전투함과 상륙함을 더 많이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미 초당파 싱크탱크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소속 해군 전문가인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연구원도 지난 10년 동안 서태평양에 배치된 함정 수가 줄어들면서 특정 해역(지역)에서의 작전 속도는 예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앞서 매케인함은 21일 오전 5시 24분께(싱가포르 현지시간) 싱가포르 항구로 향하던 중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알닉 MC와 충돌했다. 이로 인해 수병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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