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자본건전성 양극화…외국계 상승세 두드러져

입력 2017-08-22 07:01
수정 2017-08-22 07:10
생보사 자본건전성 양극화…외국계 상승세 두드러져

새 RBC제도 선반영해 비율 개선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에서 자본 건전성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국계를 중심으로 지급여력(RBC) 비율이 크게 개선된 반면 RBC 비율이 낮은 중소형사는 하위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22일 RBC 비율을 공개한 생명보험사 14개사의 현황을 보면 6월말 기준 RBC 비율이 높은 상위 5개사 중 4개사가 외국계였거나 외국계인 보험사다.

ING그룹에서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뀐 ING생명이 522.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미국계인 라이나생명(319.5%)이 3위, 아시아계인 AIA생명(260.9%) 4위, 한때 독일계 알리안츠그룹에 속했던 ABL생명(250.8%)은 5위에 각각 올랐다.

국내 생보사로는 삼성생명(331.8%)이 2위로 '톱5'에 이름을 올렸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요구자본(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손실예상액) 대비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비율로 측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ING생명과 라이나생명이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생명(3위), 교보생명(4위), 미래에셋생명(5위) 등 국내 생보사도 선전을 펼쳤다.

외국계가 전통적으로 RBC 비율이 좋았지만 6월말 현재 이처럼 상위권을 휩쓴 것은 새롭게 바뀐 RBC제도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IFRS17의 2021년 도입에 대비해 RBC 비율 산출 시 적용하는 보험 계약의 만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지난 5월에 발표했다.

현재는 보험부채의 듀레이션(잔존만기)을 20년으로 한정했으나 실제 만기에 근접할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25년, 내년 말에는 3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험부채의 듀레이션은 30년 이상도 있지만 RBC 제도를 도입할 당시인 2009년에 회계 시스템상 회계 전망을 20년 이상 할 수 없어 보험부채의 듀레이션을 일괄적으로 20년으로 정했다.

금융당국은 보험회사가 희망할 경우 단계적인 적용 일정과 상관없이 올해 6월부터 미리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 상위권에 오른 ING생명, AIA생명, ABL생명은 바뀐 규정을 미리 반영한 보험사들이다. ING생명과 ABL생명은 30년을, AIA생명은 25년을 각각 적용했다.

외국계 또는 외국계 출신 보험사들은 미리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자산부채관리(ALM)를 해온 덕분이다.

이들 보험사는 유럽 등의 자본적정선 기준에 따라 보험부채와 자산의 만기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자산을 운용해왔다.

예컨대 만기가 10년짜리 보험부채를 들고 있다면 자산도 만기가 10년짜리가 있어야 보험부채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고객에게 보험금을 줄 수가 있다.

자산과 부채간 만기의 불일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지급불능 위험이 커지므로 RBC 비율은 떨어진다.

외국계는 사실상 현행 제도에서는 불이익을 받아 왔다. 보험부채는 국내 규정에 따라 20년으로 한정했지만 자산은 글로벌 기준에 따라 실제 보험부채의 만기에 맞춰 운용해온 탓에 자산·부채간 듀레이션 갭(차이)이 컸기 때문이다.

국내의 새 규정에 따라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늘리면 그만큼 갭이 줄어들어 RBC 비율이 개선된다. 외국계가 유달리 바뀐 규정을 미리 반영한 이유다.

그 결과 ING생명은 지난해 말 대비로 RBC 비율이 203.4%포인트(p), AIA생명은 43.1%포인트, ABL생명은 40%포인트 각각 올랐다.

국내 중소형사는 자본확충 노력을 펼치며 RBC 비율 개선에 나섰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KDB생명은 지난해말 125.7%에서 6월말 현재 128.4%로 계속해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밑돌았다. RBC 비율을 공개한 14개사 중 최하위였다.

흥국생명은 지난해말 145.4에서 6월말 162.2%로 개선됐다. 5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부동산 재평가에 따른 효과 등으로 가용자본이 1천684억원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RBC 비율은 KDB생명 다음으로 낮아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표] 보험사별 지급여력(RBC)비율 현황

(단위: %, %포인트)

┌─────────┬─────────┬────────┬────────┐

│ 회사명 │ 6월말 │지난해말│ 증감 │

├─────────┼─────────┼────────┼────────┤

│ ING생명 │ 522.6 │ 319.2 │ 203.4 │

├─────────┼─────────┼────────┼────────┤

│ 삼성생명 │ 331.8 │ 302.1 │ 29.7 │

├─────────┼─────────┼────────┼────────┤

│라이나생명│ 319.5 │ 316 │ 3.5 │

├─────────┼─────────┼────────┼────────┤

│ AIA생명 │ 260.9 │ 217.8 │ 43.1 │

├─────────┼─────────┼────────┼────────┤

│ 알리안츠 │ 250.8 │ 210.8 │ 40 │

├─────────┼─────────┼────────┼────────┤

│ 교보생명 │ 241.7 │ 233.9 │ 7.8 │

├─────────┼─────────┼────────┼────────┤

│ 동양생명 │ 229│ 182 │ 47 │

├─────────┼─────────┼────────┼────────┤

│ 한화생명 │ 222.2 │ 198.7 │ 23.5 │

├─────────┼─────────┼────────┼────────┤

│ 농협생명 │ 218.2 │ 186.5 │ 31.7 │

├─────────┼─────────┼────────┼────────┤

│ 미래에셋생명 │ 216.3 │ 219.5 │ -3.2 │

├─────────┼─────────┼────────┼────────┤

│ 동부생명 │ 188.1 │ 179.5 │ 8.6 │

├─────────┼─────────┼────────┼────────┤

│ 신한생명 │ 181.5 │ 178.3 │ 3.2 │

├─────────┼─────────┼────────┼────────┤

│ 흥국생명 │ 162.2 │ 145.4 │ 16.8 │

├─────────┼─────────┼────────┼────────┤

│ KDB생명 │ 128.4 │ 125.7 │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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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사 자료 취합.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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