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충돌사고 낸 '北미사일 방어' 美이지스함…대체 왜?

입력 2017-08-21 16:55
수정 2017-08-21 16:59
또 충돌사고 낸 '北미사일 방어' 美이지스함…대체 왜?

이례적 사고, 두달만에 두번째…항해 까다로운 해역·부주의 등 가능성

미 해군 대대적 물갈이 관측·北미사일 방어태세 영향 줄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 해군의 최첨단 이지스함이 두 달 만에 또 상선과 부딪혀 다수의 인명 피해를 냈다.

이번 사고는 동시에 수백 개의 목표를 탐지하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이 어떻게 연거푸 민간 선박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존 S. 매케인함은 21일 현지시각으로 오전 5시24분께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알닉 MC와 충돌, 수병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

미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첨단 항해가 잇따르는 사고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함정의 사고는 올해만 벌써 4번째다. 1월에는 좌초해 선체가 파손됐고, 5월에는 소형 어선과 충돌했다.

6월 17일에는 컨테이너 선박과 충돌해 7명이 숨졌다. 승조원의 실수와 지휘관의 부적절한 통솔이 원인이었다.

두 달 만에 재발한 함정 충돌이라는 점에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혼잡한 해협에서라도 선박의 충돌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매케인함의 전 함장이었던 브라이언 맥그래스는 WSJ에 "충격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며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지만 붐비는 해역에서 신중하게 항행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분석은 분분하다.

우선 제기되는 가능성은 지리적 요인이다.

사고가 발생한 믈라카 해협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지리적으로 매우 혼잡해 항해가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폭이 좁은 해역은 2해리(약 3.7㎞)에 불과하다. 해적이 출몰하는 때도 있다.

일본 선장협회의 시게루 고지마는 CNN 방송에 "싱가포르에 진입하려는 선박과 이를 지나는 선박들로 인해 항상 혼잡한 곳"이라며 "통과하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산하 합동정보센터의 책임자를 지낸 칼 슈스터는 "이런 혼잡한 해협을 지날 때는 매우 긴장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케인함은 야간 항해 시 주로 22∼24세의 젊은 승조원들이 함교 밑의 지휘본부와 감시 레이더의 도움을 받아 항해를 맡는다고 해군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유조선과의 충돌로 매케인함 안전 체인의 개별 기능들이 작동불능 상태로 변했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매케인함과 부딪힌 유조선 알닉 MC는 평상시 자동 조종 장치로 작동된다. 총 톤수는 매케인함의 약 3배인 3만t에 달한다.

유조선이 자동 조종 장치를 끄고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로 변경을 꺼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유조선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좀 더 날렵하고 빠른 매케인함이 항로를 바꿨다면 충돌은 피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NN 군사 전문가 릭 프랑코나는 "많은 레이더 시스템과 통신장비를 갖춘 최첨단 해군 구축함이 어떻게 시속 10노트(약 18.5㎞/h)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무게 3천t의 유조선을 발견하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CNN은 연쇄 사고로 해군 훈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해군 지휘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코나는 "최소 제7함대, 나아가 미 해군의 고위급 지휘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4대의 이지스함이 필요한데 시기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사고를 낸 제7함대 소속 함정 4척 모두 이지스함으로, 북한 미사일 방어 등 대비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번 사고로 이지스 체계를 갖춘 함정 중 일본에 모항을 둔 10척 가운데 최소 2척이 작전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국제안보 전문가 유언 그레이엄은 미 해군은 북한의 위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이 상존하는 민감한 시기에, 피츠제럴드함에 이어 두 번째 최전선 구축함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케인함은 이달 초 남중국해에서 이뤄진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피츠제럴드는 조만간 작전에 투입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수리 중에 있다.

사고가 난 매케인함은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의 조부와 부친의 이름을 딴 것이다. 모두 2차 세계대전 중 미 해군 장성이었으며, 매케인 의원 역시 해군 대위였다.

매케인 의원은 사고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함께 수병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구조에 동참한 선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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