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섬' 미국 LA 도로 회색 덧칠 이유는

입력 2017-08-21 16:55
'열섬' 미국 LA 도로 회색 덧칠 이유는

"도시 기온 낮춰 저소득층 보호·지구 온난화 대응"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많은 사막에 둘러싸여 있어 기온이 높고 겨울에도 폭염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도로가 회색으로 덧칠해 지고 있다.

도로를 회색으로 코팅(coating)할 경우 도시의 전체적인 기온이 낮아져 에어컨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구 온난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의 경우 많은 대도시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짙은 색 지붕, 부족한 도시 숲 등으로 이른바 '열섬'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이런 열섬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매년 평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기온을 낮추기 위해 '쿨실'(CoolSeal)이란 이름의 물질로 도로를 코팅하고 있다.

회색의 덧칠 재료는 태양 광선을 반사한다.

시 관계자들은 쿨실 덧칠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쿨실은 이미 2015년 캘리포니아 주 남부 첨단 산업 지역 샌 페르난도 밸리의 한 주차장에 등장했다.

이 지역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더운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쿨실 책임자인 시 도로서비스 담당 그레그 스포츠는 쿨실 코팅 주자창의 기온이 섭씨 3.7도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기온은 평균 26.6도를 넘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섭씨 37.7도) 이상 치솟은 날도 여러 차례 있었다.

시 관계자들은 로스앤젤레스가 도로를 덧칠해 폭염과 싸우는 첫 도시라고 말했다.

이들은 회색 도로가 에어컨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폭염에 따른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겨울에도 폭염으로 숨지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시 관계자들은 달궈진 아스팔트를 피하는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회색으로 덧칠한 도로를 걷는 데에는 망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시도가 기온을 낮추는 데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문제는 비용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덧칠 비용은 1마일(1.6㎞)당 4만 달러(4천556만 원 상당)이며 유효기간은 7년이다.

시는 15개 카운슬 가운데 14개의 특정 도로에 대해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전체 6만천 개 블록 가운데 10% 이상에 해당된다.

이런 시도에 대한 모니터와 연구는 올가을까지 진행된다.

스포츠는 "도시 전체 도로의 3분의 1 이상을 덧칠해야 기온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칠 시공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아스팔트 코팅 제조업체 '가드톱'(GuardTop)이 맡고 있다.

이 회사 판매 담당 부사장 제프 루저는 군사 정찰기 이·착륙 전용 비행장 활주로 아스팔트 개발을 위해 방위산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 활주로 온도가 낮아지면 항공기들이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는 정찰 위성에 들킬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

가드톱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중국과 이스라엘,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로부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는 "로스앤젤레스가 지구 온난화와 맞서 싸우는, 시대에 앞선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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