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쩌민 연상 랩가요 온라인서 삭제…장쩌민 견제 여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연상시키는 내용의 중국의 랩 가요가 돌연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최근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발표된 랩 연가 '칭딩양저우'(情定揚州·양저우에서 사랑을)의 관련 보도와 음원 링크가 인터넷에서 삭제됐다고 홍콩 성도(星島)일보가 21일 보도했다.
노래는 최근 중국에서 유행 중인 랩에 연가를 얹은 내용으로 광저우의 힙합 크루인 '칠군(ChillGun) 뮤직' 소속의 바이안(Vyan), 치수이(汽水)선생이 래퍼 리원쉬안(李文軒)과 공동으로 양저우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했다.
노래 가사는 "그녀는 날마다 큰 안경을 쓰고 있어. 그 풍부한 표정을 보면 특별히 젊은 것처럼 보이지. 여행 가길 좋아하고, 양저우 사투리를 섞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라고 돼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3개 과목의 대표도 맡은 적 있지. 줄곧 석차가 상위권이었고 달리기 경주도 이해하고 실천했어. 해외로 달려가 깊이 연구도 했지"라고 했다.
고향이 장쑤(江蘇)성 양저우인 장 전 주석이 3개 대표이론을 주창하고 시장경제 정책을 펼친 것을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장 전 주석은 양저우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냈고 은퇴 이후에도 자주 양저우를 찾는다.
이 가요는 당초 양저우시 관영매체인 양저우만보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양저우만보는 바이안과 인터뷰를 통해 이 노래의 창작 연원을 소개하면서 지난 3월 양저우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여성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양저우시 당위원회 직속의 양저우신문그룹이 지난주 주요 사이트에서 전재한 양저우만보 보도내용을 모두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성도일보는 전했다.
"주제가 엄숙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관련 보도 외에 링크된 노래도 사이트에서 내려졌다.
칭딩양저우 앨범 표지사진에는 작은 배를 타고 있는 두 명의 옷에는 각각 9와 1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최근 91세 생일을 맞은 장 전 주석을 의미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가사 속에 "1997년에 우쿨렐레를 매고 하와이를 갔던 것 같다"는 대목도 장 전 주석이 1997년 미국 방문시 하와이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했던 대목을 연상시킨다.
성도일보는 이 노래가 특별히 장 전 주석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이지만 이런 식의 풍자는 중국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7일로 91세 생일을 맞은 장 전 주석을 향해 중국 인터넷에서 다양한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91세 생일 축하' 메시지 및 음악과 함께 장 전 주석 집권 시기의 사진을 올렸다.
한때 중국과 해외 인터넷에서 장쩌민의 강압적 통치를 비난하며 그의 외모에 빗댄 '두꺼비' 문화가 유행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장쩌민을 추종하는 네티즌들이 영상을 만들어 반격에 나서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해말 장쩌민 등 원로들에 대해 '그 공로는 존중하되 그 영향력은 경계하며 대우도 통제한다'는 입장을 정한 바 있다고 한 중화권 매체는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를 앞두고 장쩌민 계파를 상대로 1인 권력장악에 사실상 성공을 거두면서 이들 추종세력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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