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식품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유명무실…시스템 개혁해야"

입력 2017-08-21 11:36
"현 식품안전관리 컨트롤타워 유명무실…시스템 개혁해야"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 국회 긴급토론회서 발제

"특별사법경찰제 활용해 식약처가 생산단계 추적조사권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유명무실하다시피 한 현행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살충제 계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식품안전관리체계는 생산단계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유통·소비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는 이원화된 구조로 부처 간 엇박자를 보이며 사고처리 과정에서 혼선을 빚는 경우가 많다.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살충제 오염 달걀 사태를 계기로 본 식품안전시스템' 긴급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전혜숙(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대한민국GAP연합회, 한국농축산연합회, C&I소비자연구소 등의 주최로 마련됐다.

곽 전 원장은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지난 2005년 9월 국내에서 터진 이른바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에 빗댔다.

말라카이트 그린은 살균제지만 199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수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물질이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와 마찬가지로 당시 말라카이트 그린도 외국에서 문제 있다고 해서 검사했고, 중국산 장어를 의심했다가 국내산 송어와 향어 등에서도 관련 물질이 검출되고 '광범위하게 사용됐는데 왜 몰랐느냐?' 하는 논란이 벌어졌다.

곽 전 원장에 따르면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 등 잇따른 식품안전사고 이후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해 총리실에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변했지만, 일하는 방식은 과거를 답습하는 실정이다.

식약처는 처로 승격 이후에도 농축산물과 해산물에 대한 생산단계 안전관리는 농식품부와 해수부에 집행권한을 위임한 채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하며 식품안전관리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눈앞의 수익에 치중한 농어민은 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심지어 허용 안 된 약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이를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생산부처 공무원들은 형식적 검사와 사후조치 등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사태악화에 일조했다.

곽 전 원장은 살충제 계란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식품사고가 터졌을 때 신속, 정확하게 종합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식품안전기본법상 식품 사고의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이다.

이번 사고가 났을 때 현행법상 총괄기구인 식품안전정책위원회(국무조정실)를 개최해 총리실 주도 아래 범부처 차원의 긴급대응체계를 가동했더라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사태를 보다 빨리 종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농식품부 장관이나 식약처장이 나섰다가 잘못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되레 국민 신뢰만 상실하는 일만 벌어졌다고 그는 비판했다.

그는 또 생산현장과의 소통과 조사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농어민단체가 참여해서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농약과 살충제, 항생제 등 각종 물질의 잔류기준을 설정하는 협의체를 구성, 가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나아가 식품사고 발생 때 부처 간 협의가 늦어지면 식약처가 생산단계 농어가를 상대로 단독으로 직접 조사할 수 있게 현행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해 추적조사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과 같이 모든 식품사업자에게 농산물과 가공품 유통 관련 기록을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부처별, 품목별, 유형별로 파편화된 현행 이력관리제도를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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