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암호화 메신저' 우려…"내부자거래·돈세탁에 악용"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암호화된 대화 기능을 제공하는 앱들이 내부자 거래에 악용되고 있어 미국 수사당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은밀한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왓츠앱과 시그널, 텔레그램 같은 앱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전직 IT 담당 직원 대니얼 리바스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리바스는 대담한 내부자 거래를 통해 500만 달러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맨해튼 지검으로부터 각각 민사 제소와 형사 소추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SEC는 그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 암호화와 자동폭파(자동삭제) 기능을 붙인 메시지를 만들어 기업 인수와 관련된 대외비를 3명의 지인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맨해튼 출장소의 한 관계자는 내부 감독과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 메신저 앱을 사용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하고 신기술이 사기와 돈세탁, 내부자 거래 등에 두루 응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FBI 수사관들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신기술에 적응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단말기의 채팅방에서 그룹 대화를 나누던 방식에서 벗어나 페이스북 등으로 옮겨가는가 하면 인스타그램 등에서 주식을 추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 메신저 앱은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하는 수사당국에는 이미 걸림돌로 등장했다.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거센 논란이 수사당국을 애먹였고 수사당국과 IT기업들이 갈등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물론 암호화 메신저 앱이 금융범죄에 악용되는 것이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지난 3월 영국 금융감독청은 왓츠앱을 통해 비밀 금융정보를 공유한 혐의로 제퍼리스 증권사의 한 직원에게 3만7천 파운드의 벌금을 때린 바 있다.
암호화 메신저 앱이 금융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감시 플랫폼을 개발한 디지털 리즈닝(Digital Reasoning)에는 사업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분석 기법은 월 스트리트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해 골드만 삭스를 출자자 겸 고객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미국 국방부도 테러 용의자 추적용으로 디지털 리즈닝의 플랫폼을 채택했다.
디지털 리즈닝의 마르텐 데 하링 최고제품담당책임자(CPO)는 행동 패턴을 분석해 범죄자들이 대화 채널을 바꾸려 하는 때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자사 소프트웨어가 갖춘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화가 꺼진다고 해도 이들이 '빵부스러기'를 남기며 흩어진 빵부스러기에 질서와 맥락을 부여하면 행동을 취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정부가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가 유일한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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