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보다 SNS가 위험한 이유…나르시시즘 길들이기

입력 2017-08-21 10:37
수정 2017-08-21 10:57
패션지보다 SNS가 위험한 이유…나르시시즘 길들이기

신간 '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고 싶은 욕구가 있고, 모든 열정에는 얼마간의 나르시시즘이 포함돼 있다.

이런 욕구는 자신을 아름답고 완벽하게 보이도록 꾸미고 노력하게 하지만, 때때로 심해지면 특권의식에 도취해 남을 서슴없이 착취하는 데까지 이르게 한다.

신간 '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푸른숲 펴냄)는 우리를 진정한 인간관계에서 멀어지게 하는 모든 것이 나르시시즘 중독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고 마는 소셜미디어(SNS)는 우리 내면의 나르시시즘을 필요 이상으로 강화할 위험성이 크다.

저자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임상 심리학자인 크레이그 맬킨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타인과 진정으로 관계 맺는 대신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고 공허한 자랑질을 해대기 쉽고, 나르시시즘 스펙트럼의 양 끝으로 사람들을 떠밀기 쉽다"고 말한다.

진정한 인간관계란 실수와 실패, 일상생활의 고투까지 터놓고 얘기하며 애정어린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팔로워나 '친구'가 너무 많아지고 잘 알지 못하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늘어나 관계가 공허해질수록, 자기도취적 만족과 황홀감을 쫓게 될 가능성은 커진다.

비단 SNS뿐일까. 골방에 틀어박혀 현실과 유리된 채 TV드라마나 영화, 인터넷으로 대리만족하는 누군가도 나르시시즘의 덫에 걸리기 쉽다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책의 목적은 나르시시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나르시시즘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다.

나르시시즘은 몹쓸 질환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인 데다 환경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통해 삶에 윤기와 활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우리가 더 좋은 연인이 되게 하고, 용기 있는 리더가 되게 하고, 용감무쌍한 탐험가가 되게 해준다. 우리가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게 하고 심지어 더 오래 살게 해줄 수도 있다."

책은 나르시시즘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묘사한다. 상당수의 나르시시스트는 교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좀 더 배려심과 동정심을 갖도록 격려하면 나르시시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타협이나 교화 노력도 무용지물인 '악성 나르시시스트'도 존재한다. 저자는 이들은 변화의 대상이 아니므로 "자기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마치 유독성 물질을 대하듯 가능한 한 접촉을 제한하라"고 충고한다.

이은진 옮김. 324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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